“기자님, 증경회장을 어떻게 좀 해주세요.” “증경회장이 임원들보다 더 많아요.” “증경회장 대접하다가 망할 것 같아요.”

뜨끔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기자 또한 기독교 언론 모임의 증경회장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증경회장에 대한 기사를 다뤄달라는 주문을 하시다니요?

제가 증경회장으로 있는 모임엔 적잖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정 증경회장이 임원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고성과 욕설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이용해 역공을 취했습니다.

심지어 현직 임원들은 은행 통장을 보지도 못했는데, 증경회장은 통장과 재정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을 비롯해 각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정도면 임원은 증경회장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총회 산하 단체에서도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회원들과 임원들이 회장을 내정해도 증경회장의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최종 결정권을 증경회장이 들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운영에도 깊숙이 관여해 각종 모임과 행사도 증경회장의 눈에 들어야 했습니다.

고성과 욕설 즉 육두문자도 그들의 무기였습니다. 기도회와 예배를 경건하게 드린 직후에 진행하는 회의에서는 언제 거룩했냐는 듯이 육두문자를 쏟아내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켰습니다. “누구든지 스스로 경건하다 생각하며 자기 혀를 재갈 물리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을 속이면 이 사람의 경건은 헛것이라”는 야고보서의 말씀이 생각나게 합니다.

회기가 바뀌고 해가 바뀌면 또 다른 증경회장이 배출될 것입니다. 어떤 회장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증경회장으로 평가되고 기억되느냐도 중요합니다. 바라는 것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그리고 하나님께는 충성된 종으로 기억되는 증경회장들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한편 증경회장은 ‘전 회장’ 또는 ‘전임회장’으로 고쳐 쓰는 게 맞습니다. 이 용어도 언제쯤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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