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총신신대원)

▲ 이상원 교수(총신신대원)

지난 11월 26일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의 허젠쿠이(賀建奎)는 유전자를 편집한 아기를 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허젠쿠이는 일곱 커플의 배아들에 크리스퍼(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에이즈 감염을 일으키는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수용체인 CCR5 유전자를 제거한 후, 이 배아들을 자궁에 착상시켜 이 중 한 두 아이를 출생시켰다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의 신분은 물론 아이의 상태나 생사 등이 모두 비밀에 부쳐 있고, 중국 당국이 비밀통제에 나서고 있어서 상황 파악이 쉽지 않다.

허젠쿠이의 유전자 편집 아기 출산 시도는 신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성경은 하나님이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신 다음에 에덴동산 동쪽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불 칼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셨다(창 3:24)고 말씀하고 있다. 그룹, 불, 칼은 죄에 대하여 내리시는 하나님의 심판을 뜻한다. 이 본문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생명에 관련한 어떤 부분은 인간이 손대면 안 되는 영역으로 설정하셨으며, 인간이 이 영역에 손을 대면 하나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된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 생명의 창조 과정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참여를 허락하신 부분은 결혼이라는 제도적 장치 안에서의 성관계이다. 이후 생명 탄생의 진행과정은 창조질서의 메카니즘에 맡기고 인간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

허젠쿠이의 실험은 시험관수정(ivf, in vitro fertilization)에서 시작된다. 시험관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 넣어 인위적으로 수정시킨 다음 착상시켜 아이를 얻는 기술이다. 기독교생명윤리는 시험관수정의 낮은 성공률 때문에 배아 살해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 시험관수정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허젠쿠이는 시험관수정을 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치료를 시도했다.

유전자치료는 병든 유전자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건강한 유전자를 삽입하여 유전자 차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법이다. 유전자치료는 생식세포치료와 체세포치료로 나누어진다. 생식세포치료는 배아치료를 의미하며, 체세포치료는 성인의 체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를 의미한다. 문제는 유전자치료는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있다. 체세포치료는 실패한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인체의 일부에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대물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통상적인 치료방법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체세포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은 허용된다.

그러나 생식세포치료의 경우는 문제가 다르다. 허젠쿠이가 시도한 것이 바로 생식세포치료다. 생식세포치료의 경우에 치료에 실패하면 바로 배아 살해로 이어진다. 배아 살해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전자 기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극히 드물게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이상과 변이가 나타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독교생명윤리는 생식세포치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에이즈를 유전자조작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 허젠쿠이의 시도는 터진 댐을 손으로 막으려는 무모한 시도다. 에이즈는 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무절제한 성교를 통하여 확산되어 왔다. 따라서 사회에 남성 동성애자들의 성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주지시키고, 에이즈 환자들을 공개하여 성적 접촉을 차단하며, 전통적인 약제들을 개발하는 것이 바른 해결법이다. 위험한 부작용을 수반한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에이즈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간생명 창조과정에 과학기술을 남용하여 무분별하게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하는 죄이다. 우리는 그 엄중하고 무서운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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