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다양해도 창조 ‘진리’ 불변

지구의 연대와 홍수 범위 해석 따라 4가지 시선 존재

합신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서 창조를 보는 시선을 성경적창조론과 유신진화론 두가지로 나눴다. 그러나 교계에서 창조를 바라보는 의견은 대개 4가지로 대별한다.

첫째 젊은지구창조론이다. 다른 말로 하면 창조과학(또는 합신의 성경적창조론)이다.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이들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한다. 창세기 1장의 ‘날’을 오늘날과 똑같은 ‘24시간’이라고 본다. 성경에 기록된 창세기 5장 족보에 등장한 인물들의 나이를 더해서 지구의 나이는 6000년 가량 됐다고 생각한다. 지구가 6000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지구의 지형이 형성된 것은 급격한 격변 때문이라고 본다. 즉 노아의 홍수가 전지구적으로 일어났으며 이때 많은 물이 흘러가면서 산과 땅과 바다를 깎아서 오늘날의 지형을 단번에 이뤘다고 설명한다. 이번에 합신교수들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창조과학의 핵심은 ‘젊은지구론’과 ‘전지구적홍수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는 시선은 창조과학과 진화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은 노아 홍수 논쟁의 재료로 사용되는 그랜드캐년 모습.

둘째 오랜지구창조론이 있다. 오랜지구창조론을 지지하는 이들은 창세기 1장의 ‘날’이 ‘오랜기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날’의 기간이 오늘날의 ‘주’, ‘월’, ‘년’, 또는 ‘상당한 기간’ 등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구의 연대를 계산하는 기준을 성경의 족보를 토대로 하는 것은 잘못됐고, 현재까지 알려진 지질, 물리, 천체학적 발견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랜지구창조론자들은 한국 상황을 고려해서인 지 지구연대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수십억년됐다고 보는 것이 현대학문을 근거로 볼 때 상당히 타당하다고 보지만 반드시 몇십억년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6000년은 너무 근거가 약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연대가 오래됐다고 보기 때문에 오늘의 지형도 40일(노아홍수 기간)동안 형성된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에 걸쳐서 침식과 풍화 등에 의해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여긴다. 이들은 노아의 홍수가 상당한 지역에 걸쳐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지구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랜지구창조론자들은 기본적으로 젊은지구창조론자들과 성경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창조과학의 주장이 지나치고 경직되었다고 여기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 유신론적진화론이 한 축을 이룬다. 언뜻 보기에는 진화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반기독교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유신론적진화론자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을 창조론자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도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 됐다는 식의 진화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에서 다른 종으로 바뀌는 진화(대진화)는 반대한다. 다만 같은 종 안에서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과거의 사람들보다 현대의 사람들이 키가 더 커졌다는 식이다. 하나님께서 섭리와 운행의 방식 가운데 진화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 역시 홍수는 국지적이었다고 판단한다.

넷째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이 함께 지지하는 일부 시선이 지적설계론이다. 이들은 고도의 지성을 가진 신적인 존재가 세상을 설계했으며 세상은 그 설계대로 운행되고 있다고 본다. 지적설계론을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는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젊은 지구론을 주장하는 창조과학은 물론, 오랜지구론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완전 진화론에도 찬동하지 않는다. 창조쪽이든 진화쪽이든 증거와 논리가 부족하다고 보고 그 대안으로 지적설계론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네가지 시선 밖에 있는 것이 진화론이다. 진화론은 당연히 논외가 될 것이다.

창조에 대한 의견들을 볼 때 한국의 학자들은 유신론적진화론자라고 불리는 이들까지 하나님의 창조를 믿고 있다. 하나님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다는 것도 믿는다. 하나님의 창조는 선하셨다는 내용도 믿는다. 우주는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그래서 피조물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창조주 하나님 신앙을 공유하고 있다. 당연히 죄로 인한 인류의 타락과 예수 그리스도만을 통한 구원도 믿는다. 다른 점은 지구의 연대와 홍수의 범위 등이다.

개혁교회는 하나님이 세상을 말씀으로 창조했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러나 성경의 연대에 관해서 어떤 것만이 절대 진리이고 나머지는 불신앙이라고 믿지 않는다. 성경에 언급되지 않는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개혁교회는 과학을 절대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과학도 의료기술처럼 하나님이 인간에게 허락하신 도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것은 확실히 믿지만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

교단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이 144시간(24시간×6일)이 아니라 한순간에라도 천지를 창조할 능력이 없겠는가”라면서 “그러나 어느 한가지 이론만 불변의 진리라고 강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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