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해설 성탄특집
“희망의 봄, 그 꿈을 그려요”밀알복지재단 발달장애인 예술가 자립 프로젝트 ‘봄’ 소속 연호석 작가

밀알복지재단 프로젝트와 만나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 재능 표현
“부족해도 은혜로 채워지는 삶 감사 … 따뜻한 눈으로 응원 바라요”

▲ 연호석 작가가 성탄절을 앞두고 특별히 <기독신문> 독자들을 위해 성탄절을 상징하는 그림들을 그려 선물했다.

꿈에는 한계가 없다
즉석에서 성탄절 트리를 장식하는 솔방울과 빨간 열매를 상징하는 그림을 순식간에 그려내며 연호석 작가(23세)는 흥얼흥얼 알지 못할 노래로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했다. 그의 거침없이 나아가는 손길 아래, 새하얀 도화지 위에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답고 과감한 색채의 세상이 창조돼 나갔다. 그가 손대기 전까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순백의 도화지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한없는 자유를 이미 담고 있었던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그려나가야 할 빈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새삼 감탄했다. 세상이 그에게 규정한 ‘장애’라는 틀은 ‘예술’이라는 보다 더 큰 공간에서 놀라운 재능으로 변모해 있었다.

연호석 작가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지닌 발달장애 청년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을 포함해 광범위성 발달장애와 지적장애 등 뇌 장애를 가진 사람 중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연호석 작가는 어릴 적부터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육상 등 체육 분야는 물론 첼로를 연주하는 음악적 재능, 거기에 더해 미술적인 재능까지 겸비한 특별한 예술가이다.

많은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가 그렇듯 연 작가의 어머니인 박소현 씨(분당우리교회 성도)는 어릴 때부터 아들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다. 조금이라도 재능을 발휘하는 분야가 발견되면 아낌없이 지원하고 아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을 찾아다녔다.

그들이 밀알복지재단과 인연이 닿은 것은 2012년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악기와 레슨비 등을 지원해주는 첼로 앙상블 ‘날개’가 창단했을 때였다. 연 작가는 날개 창단 직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년간 첼로를 배우고 연주해오다, 밀알복지재단의 예술가 자립 프로젝트 ‘봄(Seeing&Spring)’을 소개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삶에 들어서게 됐다.

봄 프로젝트, 희망을 담아내다!

“미술은 타고난 부분이 많이 좌우한다고 하더라구요. 선생님들이 호석이가 무엇보다 색감이 타고나서 주저 없이 표현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한번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면 하나의 그림을 끝낼 때까지 몇 시간이고 붙들고 있기도 해요. 새로운 재료, 표현방식, 색을 사용하는 법 하나하나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좋은 선생님들이 부족한 부분들을 가르쳐주시고 채워주셔서 놀라운 발전을 이뤄가고 있어요.”

어머니 박소현 씨는 원근법도 없고 사실적이지 않아 보였던 아들의 그림이 전문가들 관점에서는 ‘보기 드문 개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현재 연호석 작가는 밀알복지재단의 봄 프로젝트에 소속돼 매주 한 번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화실에 모여 전문가들에게 미술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다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4년부터 밀알복지재단은 KB국민카드와 함께 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봄 프로젝트는 발달장애 청소년들의 가능성을 보고(Seeing) 그들이 예술가로서 성장하길 바라는 희망(Spring)을 담아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만의 개성을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재료 선정과 표현방식을 배우고, 잘 사용하지 않았던 색을 사용하거나 섞어 쓰는 방법과 그림을 마무리 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면서도 작가 개인의 개성을 살리게 하는 데 우선을 두어, 그림을 그리는 세심한 작업들은 작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연호석 작가를 비롯한 봄 프로젝트 소속 작가들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늘 부족해 아쉬워한다.

▲ 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호석 작가(오른쪽 첫번째)를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이 매년 열리는 정기 전시회에서 자신들이 그린 작품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봄 프로젝트 담당자 이설희 씨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도 낯을 가려서 손바닥보다 작은 그림을 겨우겨우 그려내던 이들이 자신의 키보다 큰 캔버스에 거침없이 작품을 그려내고, 섬세하고 정교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경외감까지 들게 할 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들이 꿈꾸는 세계가 담긴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희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연호석 작가는 한 공모전에서 당선돼, 내년 봄이 한창 피어날 5월에 서울 서초동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개인 전시회를 연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아들이 그린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공모전에 열심히 나가고 있지만, 목표는 1등이 아닙니다. 저는 아이를 통해 기독교인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늘 고민하고 있는데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부족하더라도 하나님 은혜로 채워지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로는 여러 면에서 지원을 점점 받기 힘들어지고 일반인과도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봄 프로젝트를 비롯해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들을 만나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저희 아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따뜻한 시선과 손길로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미영 기자  chopin@kidok.com

<저작권자 © 기독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호석

이미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