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대원ㆍ한국교회탐구센터 ‘가나안성도 신앙생활 탐구’ 연구세미나

신앙과 생활 일치하지 않는 권의주의적 교회에 실망
“교회 불출석에 신앙 버렸다는 편견 갖지 말라” 당부
‘상수’가 된 이탈현상 근본적 해결 위한 실질 대책 시급

‘가나안성도’들을 교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살펴본 설문 및 연구 조사결과가 나왔다.

실천신대원21세기교회연구소(소장:정재영 교수)와 한국교회탐구센터(소장:송인규 교수)는 11월 30일 기독교회관에서 ‘가나안 성도 신앙생활 탐구’를 주제로 연구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 세미나는 가나안 성도들의 상황을 파악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가나안성도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있지만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교회를 ‘안나가’는 기독교인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칭해서 ‘가나안’성도라고 부르고 있다. 한국교회가 가나안성도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이유는 최근 연구들을 미뤄볼 때 그들의 숫자가 200만명 이상 될 것이라고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체 교회성도의 20%에 육박하는 것이다.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는 2018년 10월 4일~16일 가나안성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서 826명의 응답을 얻었다. 조사 대상은 ‘1년에 2회 이하 교회출석자와 교회 불출석자’들이다. 설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신앙연수가 11년 이상됐던 사람이 78.9%(620명)나 된다는 점이었다. 교회를 떠난지 11년 이상됐다는 의미다. 응답한 가나안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후 경과 시간이 평균 7.7년이었고 교회를 떠나기 전에 평균 20.1년을 신앙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음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중도탈락했다는 사실은 교회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게 한다.

이들은 왜 교회를 떠났을까? 응답자들은 ‘꼭 교회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31.2%), ‘개인적 이유’(18.8%), ‘자유로운 신앙생활’(13.9%) 순으로 답했다. 교회를 떠나기 전에 정기적으로 출석했던 교회에 대해서 가졌던 인식을 물었는데 ’출석했던 교회에서는 신앙에 대해 어떤 질문이든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42.5%). ’출석했던 교회에서는 개인의 신앙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66.9%), ’출석했던 교회 목회자는 권위주의적이다‘(53.6%), ’출석했던 교회 교인은 신앙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는다‘(65.8%)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를 떠난 후의 예배 경험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교회를 이탈한 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다’(69.1%), ‘교회 이탈 후 드린 교회 예배는 비정기적이었다’(80.2%), ‘교회 이탈 후 기독교 TV로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79.8%), ‘교회 이탈 후 온라인/모바일로 예배를 드린 적이 없다’(79.6%), ‘교회 이탈 후 다른 가나안 성도들과 함께 예배드린 적이 없다’(77.1%)로 응답했다. 가나안성도가 된 후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린 경험은 있지만 비정기적이었고, 대중매체를 통한 예배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향후에 예배 형태별로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향이 있다’(59.7%), ‘가정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향이 있다’(40.6%), ‘기독교방송으로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향이 있다’(27.4%), ‘혼자 예배를 드리고 싶은 의향이 있다’(52.9%)라고 표현했다. 돌아가고 싶은 교회가 있다면 예배당을 찾을 뜻이 있다고 밝혔다.

교회를 이탈 후에 가나안성도들은 신앙생활을 어떻게 했을까? ‘교회 이탈 후 교회 외 신앙 모임에 참여한 적이 없다’(93.7%)가 거의 전부였다. ‘향후 가나안 성도의 모임이 있으면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6.5%가 없다고 밝혔다. ‘가나안성도 모임에 참석할 의향이 없는 이유’는 ‘모임에 얽매이기 싫어서’(58.3%)가 가장 많았다. 극소수만이 ‘교회를 이탈 후 자신의 신앙이 더 확실해 졌다’(3.5%)고 응답했다. 또 ‘언젠가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다’(52.2%)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신앙과 생활이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46.0%), ‘예배 형식이 자유로운 교회’(18.2%), ‘생활의 모범을 보이는 교인이 있는 교회’(9.9%)에 나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들은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독교신앙을 버린 것으로 보는 편견을 가지지 말아달라’(60.9%)고 당부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나안성도들은 교회에 대한 염증과 개인적인 편리함 때문에 교회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초신자 뿐만 아니라 구원의 확신이 있고 교회를 오래 다녔던 교회인들의 상당수가 가나안성도가 됐다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했다. 교회를 떠난 뒤 하나님에 대한 신뢰나 성경에 대한 믿음 등 교리를 그대로 믿고 있으나 대개 비정기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신앙에 대한 확신과 깊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좋은 교회가 생기면 다시 출석할 의지는 있지만 실제로 교회나 기독교인 예배 그룹에 쉽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접근하는 교회의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교인들이 교회에 적응한 뒤 실제적인 신앙 차원에서 당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성도들이 구원의 확신을 넘어 보다 실제적인 차원의 신앙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가나안성도들은 제도로서의 교회를 불편해 한다”면서 “이제는 개교회의 도덕적인 성찰 뿐만 아니라 교회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교회도 획일적인 신앙관을 추구하기 보다 다양해진 신앙의 필요를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인규 소장은 설문발표 이후 ‘가나안성도 지원 작전’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송 소장은 가나안 성도 현상의 원인을 ▲세속화 ▲교회염증 ▲개인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소장은 가나안성도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면서 “가나안성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책을 강구해 나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목회자는 지도자 특유의 탐심과 싸우고 끊임없는 자기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도들은 활발한 교제를 나누고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공감 등 비공동체적 장을 마련하는데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송인규 소장은 “가나안성도의 이탈 현상은 앞으로도 절대로 그냥 누그러질 일이 아니다”면서 “한국교회에 속한 우리 모두는 이 문제를 앞에 놓고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하며 하나님께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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