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장 조승호 목사와 후배 목사 3명 ‘건강한 만남’

창의적 도전과 비전 북돋우며 선교 열정 함께한다

눈길엔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고단한 목회의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 손 내밀어주고 어깨 다독여주는 선배 목회자 한 사람만 있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선교 열정으로 유명한 의산노회(노회장:조승호 목사)에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목회 멘토링 관계가 있다. 노회장 조승호 목사(은샘교회·59)와 김성찬 목사(꿈이있는교회·50), 박형섭 목사(꿈틀교회·50), 이용복 목사(다음교회·49)가 그 주인공. 조 목사와 세 명의 후배 목사들은 노회 내에서 15년 가까이 멘토와 멘티 관계로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 선배 조승호 목사의 고단했지만, 은혜가 가득했던 목회 스토리는 후배 목사들에게 또 다른 감동 스토리로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복 목사, 조승호 목사, 김성찬 목사, 박형섭 목사.

후배 목사들은 비슷한 시기에 교회를 개척했다. 김성찬 목사와 이용복 목사는 2005년 상가교회를 시작했고, 박형섭 목사는 2007년에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초기 후배 목사들에게는 조 목사를 비롯해 노회 내 선배 목사들의 격려와 영적인 가르침이 큰 힘이 됐다.

“조 목사님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선교였어요. 선교는 준비가 되거나 여유가 돼서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하는 거라고 말씀하셨죠.”(김성찬)

“2008년에 노회(당시 평서노회)에서 인도로 FTT(Finishing The Task:남은과업완수) 정탐을 갔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조 목사님 옆에 앉게 됐어요. 은샘교회가 어떻게 선교를 시작했는지를 담담히 말씀하셨는데, 저에게 큰 도전이 됐어요. 가르침에 따라 우리 교회도 작은 규모지만 선교에 힘쓰고 재작년에는 선교사도 파송하게 됐어요.”(이용복)

▲ 정기노회를 비롯해 다양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조 목사가 섬기고 있는 은샘교회의 선교는 사실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성도 수 50여 명의 작은 개척교회가 십 수 년을 애써 기도하고 재정을 모아 선교를 파송했지만, 1년이 못돼 선교사는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조 목사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나 하는 좌절감에 피를 토하며 울었다. 그러나 조 목사와 은샘교회는 선교를 포기하지 않았고, 제2, 제3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선교 경험 외에도 조 목사는 35년 넘게 은샘교회를 섬기면서 겪었던 많은 경험들, 특별히 고단하고 눈물겨웠던 시련들을 후배들에게 나눴고, 그 살아있는 목회 경험들은 후배들에게 값진 가르침이 됐다.

“교인들이 교회를 떠난 이야기를 했더니, 조 목사님이 은샘교회 이야기를 하시면서 ‘앞으로 더 나갈거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정신이 번쩍 들었죠. ‘남은 사람들 보고 목회하라’고 말씀을 더하셨는데, 그 가르침이 큰 도움이 됐어요.”(박형섭)

“어찌 보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체험들이 성공한 이야기보다 더 도전이 되죠. 저도 교회당을 건축하면서 은샘교회처럼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과정을 지내다보니 조 목사님의 아팠던 경험들이 이해가 됐어요.”(김성찬)

조 목사는 후배들에게 실패 경험들을 자주 나눈 것은 “시행착오를 직접 겪는 것보다 타산지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목회 초창기 시절 목회를 배울 곳도, 목회를 가르쳐주는 선배도 없어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후배들만큼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선교에 있어서도 조 목사는 여전히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가 더 효율적으로 선교에 참여할 수 있다. 겸손하게 그리고 약함의 선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개척교회일지라도 비전을 품고 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주문했다.

▲ 의산노회는 노회 분립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선교대회를 개최했다.

은샘교회는 선교 외에 다음세대 교육에도 열심인데, 후배 목사들이 섬기는 교회들 역시 지역아동센터,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다음세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부부가 닮아가듯, 조 목사와 후배 목사들 역시 자연스레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총회적으로 미자립교회 지원문제가 화두인데, 재정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노회 내에서 멘토와 멘티를 만들면 좋겠어요.”(김성찬)

“은샘교회로부터 재정 후원을 받는 것은 없어요. 돈보다는 힘들 때 밥 같이 먹자고 먼저 연락해주고, 조언해주고, 격려해주는 선배가 훨씬 힘이 되요.”(박형섭)

“저도 후배들에게 멘토가 돼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목회를 그만 둬야겠다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버텼는지 말해주고 싶어요.”(이용복)

후배 목사들은 자신들과 같은 사례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조 목사와 건강하고 친밀한 멘토링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목사들의 소박하지만 진지한 바람에 조 목사는 “내가 도리어 고맙다”며 후배들의 손을 잡았다.

“후배 목사님들의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자세에서 배우는 것이 많아요. 개척교회 목사가 한 눈 팔지 않고 전도하고, 양육하고, 선교하는 데 힘쓰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잘 감당해 가는 세 목사님들이 귀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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