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반복하는 한국교회 연합,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17년째 공허한 외침, 오히려 연합기관 4개로 늘어

결국 연말이 되어도 한국교회의 연합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2012년 한기연(당시 한교연)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한기총과 다시 연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2017년에는 한기연을 포함하는 새로운 연합기구의 창립총회까지 진행했으나 2018년 1월 한교총이 단독으로 만들어졌다. 올 한해도 한교총과 한기연이 합친다는 합의서만 수차례 남발하다가 12월에 각자 총회를 연다. 2002년부터 언급했던 한기총과 교회협 통합 논의부터 시작하면 벌써 17년째 공허한 외침만 메아리쳤고, 오히려 연합기관이 4개로 늘어났다.

한국교회 연합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결국 이해관계와 기득권 싸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자리와 돈이다. 연합기관이 통합함으로 해서 줄어드는 자리, 분담금을 많이 내는 대형교단들의 기득권 주장과 이에 따른 중소교단들의 불만, 서로가 주장하는 정통성 등이 연합기관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다. 11월 16일 한복협이 각 연합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개최한 월례회에서도 “나간 교단들이 한기총에 들어와야 한다” “한교총이 전체 교회의 95%에 달한다” “대형교단이 통합을 압박한다” 등 각 단체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교회가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작 연합기관이 해야 할 사역은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대화 창구를 일원화하지 못하고, 교회의 하나 된 의견을 내놓아야 할 안건들은 제각각 표류하고 있다. 또한 통합 논의를 하는 데 드는 시간과 재정, 기타 자원들도 매년 엄청나다.

교계에서는 이제 ‘기관 통합’에 매몰되지 말고 ‘진정한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한복협 월례회에서도 패널들은 “교회의 연합을 기관통합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진정한 교회의 연합은 지역의 연합, 사역의 연합, 세대의 연합”이라고 지적했다. 한목협 이성구 대표회장은 “우리는 교회연합을 하나의 단체로 상정하고 있다. 조직이 아니라 사역 중심으로 교회 연합을 강화하면서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연합기관들은 총회 후 다시 새로운 회기를 시작한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연합하는 길이 정말 단체의 통합인지 아닌지 원점에서 다시 숙고할 때다.  

박민균 박용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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