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

▲ 최유리(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활동가)

2018년은 그 어느 해보다 ‘교회 성폭력’ 사건이 매스컴에 집중 보도되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한국 사회에도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되었고, 피해 당사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없는 사건으로 치부하며 살아 온 교회 여성들에게도 미투의 흐름이 이어졌고, 그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으로 교회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실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다음은 ‘여신도 추행’을 검색했을 때, 나온 기사 제목들이다. ①“여자는 자궁 따뜻해야 한다”며 여신도 속옷 안으로 손 넣어 만진 목사 ②신도들의 유명 목사 성추행 폭로, 교회는 어떻게 덮었나 ③‘성교육’한다며 여신도 앞에서 바지 내린 목사 ④그루밍 성폭력 목사 “사랑한다 결혼하자”며 피해자들 길들여 등. 정통 교단 안에서 발생한 성범죄들이 보도로 올해만 10건 이상 드러났다.

교단 헌법, 성폭력 처벌 규정 신설해야

언론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 교회 성폭력 가해자는 보통 목사, 전도사, 장로 등 공동체 안에서 권력을 지닌 사람이다. 반면 피해자는 여성 신도, 여성 전도사, 여성 청소년 등 가해자의 가르침을 받거나 그들의 권위 아래에 있는 이들이다. 성폭력 전문가들은 힘의 불균형에서 성폭력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회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에게 있는 권력을 악용해 피해자들과 관계를 쌓고 신뢰를 얻어 가며 가해 행위를 상담 기법, 하나님의 치유 등으로 속인다.

이는 최근 불거진 ‘그루밍 성범죄’도 유사하다.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 공략할 대상의 호감을 얻고 신뢰를 쌓는 일체의 행위를 지칭한다. 실례에서는 상담을 하거나 용돈을 주는 등 피해자의 필요를 채워 준 후 결국 성폭력까지 가한다. 교인의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돕는 것은 어쩌면 목회자의 업무 중 하나일 지 모른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성적인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이를 그루밍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교회 성폭력이 올해 유독 많이 보도됐지만, 모두 안다. 교회 성폭력은 이전부터 계속 공론화되었고, 교단과 소속 목사들의 침묵 속에서 피해자들은 계속 발생했다는 사실을. 예장합동도 J목사 사건을 포함해 여러 사건이 대두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사건은 왜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고, 이번에는 사과문까지 발표하게 됐을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예장합동에서는 ‘교회 성폭력을 언급하는 일=하나님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보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아니다. 사회가 변했다.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고 쉬쉬하며 가해 목사를 두둔하는 게 오히려 하나님 이름에 먹칠하는 시대가 왔다. 그런 행위가 오히려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교단이 나설 차례다. 구조의 문제인 교회 성폭력을 더 이상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여 목회자의 신앙적 양심에만 맡겨선 안 된다. 교단이 예방과 대책 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목사와 신학생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헌법에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전문 기관에 상담을 연계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개 교회에서는 목회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힘의 불균형이 어떻게 발생하는 지 관찰하고 교인들과 함께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물론 교회에서 처음부터 성폭력을 언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교인들과 현 시대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천해 나갈 때, 비로소 교회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되는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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