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목사, 시집 <고맙다> 들고 기독문화운동의 길로

▲ 30년 목회를 접고 다시 시인으로 돌아간 이창희 목사가 일광 앞바다에서 시집 <고맙다>를 안고 있다.

시를 쓰다 목회자가 되어 33년을 사역했고,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 제3의 생을 시작한 이창희 목사(울산 우리들교회 원로). 그가 삼생(三生)을 기념하며 시집 <고맙다>(빛남출판사)로 다시 시인이 됨을 세간에 알렸다.

8년을 조기은퇴한 이창희 목사는 본디 시인이었다. 33년 전 목회의 길에 들어서기에 앞서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과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을 받고 등단한 시인으로, <다시 사람이 되려고> <다시 별 그리기> <사인탑승>이란 시집을 냈다.

목회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부산 일광에 터잡아 문학하는 목사로 지내는 그는 두 가지 이유로 조기은퇴를, 그리고 시인의 길로 회귀했다. 97년 울산에서 개척을 한 이후 2번의 교회 건축, 한 번의 증축, 담임 21년을 보내면서 탈진했다. 목회 원동력인 사랑이 고갈되었기에 목회를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여겼다. 무엇보다 기도 응답 때문이었다. 기독세계관으로 시와 소설, 수필을 쓰기 위함이며, 인본주의로 치닫는 세태에 <기독사상과 문화비평>이라는 매체를 만들어 창조질서와 순리를 회복하는 기독문화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시인으로 돌아간 이창희 목사는 필생사업이 하나 있다고 한다. 바로 ‘신기료의 집’을 짓는 것이다. 여기서 신기료장수처럼 생을 살며 헤진 마음을 깁는 이가 되어 주는 것, 독서와 글쓰기로 치유사역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일광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차방(茶房)을 만들어 놓았고, 차 한 잔 나누며 속내를 들어줄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회와 시. 이질감 있어 보이는 두 개의 객체는 살면서 대면하는 무궁무진한 일상에서 자연계시와 특별계시를 찾아내는 구도자의 여정이기에 실상은 같은 것. 적어도 시인 이창희 목사에게는 그러하다. “이제, 내 목숨도 소소해지고 있다. 그러니 시시한 것들에 대한 남은 열정을 쏟아 저들과 더불어 사랑하려 살리. 그분이 하찮은 나를 예사롭지 대하지 않으셨던 것처럼”이란 고백에서 보듯.

시인에서 목회자, 다시 시인으로 돌아간 그이지만, 천상 목회자의 심정은 버리지 않았다. 은퇴 후 기거하는 부산 일광에서 ‘신기료의 집’을 짓고 있다. 풍미 가득한 차(茶)를 마시며 목회 길을 걷다가 신발이 헤지듯 가슴이 찢어질 때 신발 깁는 심정으로 마음을 깁어주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목회의 짐을 내려놓은 이창희 시인은 시집 <고맙다>에서 못다 한 고마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33년간 목회를 회고하니 하찮은 종을 한 번도 예사롭게 대하지 않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격뿐입니다. 불뱀에 물어 뜯긴 것도 십자가상의 주님을 바라보는 은택이었고, 한 영혼을 위해 가슴앓이 할 때도 성령께서 체휼하시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일, 모든 것이 고맙고 그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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