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의 기독교인 심리카페]

▲ 김경수 목사
(광은교회·서울심리상담센터 센터장)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사람들을 조심해라”, “사람을 믿지 마라”는 말을 듣고 성장한다. 이처럼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병이 편집증이다. 그들은 아무리 신뢰할 만한 근거를 들이대도 믿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을 때면 “정말로? 진짜야? 리얼리(really)? 아닌 것 같은데, 믿기 어려운데”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회 다방면에서 신뢰가 무너져 갈 때 편집증상도 심해져간다. 편집증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한 대학생과 상담을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친구는 물론, 가족까지도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먹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에게 잘해주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고,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숨은 음모가 있어서 그런 것이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믿었다가 발등 찍힐지 모르기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주에도 교회에 갔는데 카페에서 한 무리들이 시끄럽게 떠들다가 자기를 보더니 웃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내 험담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더니 교회 카페를 없애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사례는 전형적인 편집증의 사례이다.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피해 의식에 매어있다. 세상은 불공평하며 모든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차서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한다. 그러기에 남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며, 부정적인 자존감과 피해망상, 적대 감정 등을 나타낸다.

그러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 먼저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람은 존중을 받을 때 불신요소를 제거하게 된다. 힘들고 어려울 때 포용과 사랑을 베풀면 점점 의심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인 사랑은 신뢰관계를 회복하게 만들어준다. 문제는 시간이다.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또한 환자는 치료받을 때 다른 사람의 관점을 수용하고 동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 주님의 말씀을 듣자. “예수께서 아시고 이르시되 너희가 어찌 떡이 없음으로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둔하냐 너희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또 기억하지 못하느냐”(막 8:17~18) 고 말씀하셨다.

마음에 의심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도하자. 그리고 이렇게 찬송하자. “마음에 가득한 의심을 깨치고 지극히 화평한 맘으로 찬송을 부름은 어린양 예수의 그 피로 속죄함 얻었네”(찬 257). 누구나 속죄함을 입을 때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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