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환기의 50플러스 세대와 교회의 사역 ⑤

▲ 오창섭 교수
(서라벌대ㆍ대구동도교회 장로)

‘일하는 인생에 은퇴란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아는 지인 한 분은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선교를 하고 있다. 자비량 선교사로서 멋진 인생2막을 살아가고 있다.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폭넓고 다양해야 한다. 그만큼 축적된 삶의 지혜와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재취업처럼 돈을 버는 일 외에도 평생교육이나 자원봉사, 취미와 같은 활동들이 일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필자가 가르친 학생 중에 노인 한 분이 계신다. 69세의 나이에 입학해서 손녀 또래의 학생들과 2년을 공부했다. 그 후 인근 대학에 편입해서 복수전공을 했고 75세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내친 김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그 분은 자기 또래의 어르신들과 함께 살면서 자활 꿈터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인생에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반면 50대에 조기 은퇴해서 연금을 받으며 집에만 있는 사람도 있다. 연금 받으며 놀던 인생과 고민하면서 일한 인생 중 누가 더 보람이 있겠는가? 우리는 일을 통해서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앞으로 살아갈 제2의 인생은 여전히 일하는 인생이어야 한다.

99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60세부터 75세까지를 ‘성장하는 제2의 인생’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후에 좋은 풍경이 있는 곳에서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사는 게 꿈인가? 실버타운에 들어가서 그냥 쉬면서 여가를 보내는 삶을 추구하는가? 가치 있는 삶은 그 인생이 끝날 때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해주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일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의미 있는 주제를 끄집어내어 50플러스 세대가 하고 싶었던 일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하찮은 일이라도 자신이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원리를 가르치며 활동의 장(場)을 열어주어야 한다.

장애로 인해 사업을 접고 요양하던 분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인생2막에 들어섰는데 우연한 기회에 자활센터에서 도배와 인테리어 일을 배우게 되었다. 이 기술을 자원봉사활동으로 연결한 것이 교회였다. 독거노인이나 영세민을 대상으로 도배 봉사를 열심히 한 결과 숙련도가 향상되었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창업과 자립의 길로 발전하였다. 관점을 새롭게 함으로써 자신도 성장하고 교회도 필요한 사역을 감당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교회는 50플러스 세대에게 생동감 넘치는 사역거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50플러스 세대들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 있는 사역을 만들어내야 한다. 50플러스 세대에게도 의미 있고 교회도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교회와 50플러스 세대 모두에게 유익한 사역 중 하나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전문 지식과 경륜을 갖고 있는 50플러스 세대의 경험을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50플러스 세대들이 교회 내 청년들에게 인생의 경륜과 신앙, 삶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만남의 장을 생각할 수 있다. 교단 차원에서는 지식과 경험, 정보와 사례를 공유하는 ‘50플러스세대 포럼’ 같은 것을 강구할 수 있다. 50플러스 세대들이 힘차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다음세대들은 도전을 받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 후반에 이를수록 변화와 희망, 배움과 봉사로 가득해야 한다. ‘하나님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다면, 50플러스 세대에게 은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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