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복 목사(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연로한 어른들과 가난한 이웃들은 더위보다 추위를 더 탄다. 금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고 강한 한파와 폭설 등이 예고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연탄을 때는 어른들은 이런 말씀들을 하신다. “배고프면 잠이라도 자고 견디지만 추우면 잠도 오지 않는다.”

최근 들어 언론매체에 에너지빈곤층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 말은 197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냉·난방비가 월소득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가정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에너지빈곤층은 계속적으로 증가해 전체가구 중 약 8%인 130만 가구 이상이 에너지빈곤층에 해당한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전국 18개 시도 연탄가구조사를 통해 연탄지원가구와 사랑의 연탄목표량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2017년의 경우 14만 여 가구가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들 가정 대부분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고지대나 도시빈민지역, 농어촌산간벽지 등에 살고 있으며, 월 소득 30만원 미만으로 하루하루가 어렵고 힘들다.

또한 월세 혹은 심지어 다 쓰러져가는 무허가 집에 기거하며 평균연령도 80세가 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영양부족 혹은 고혈압, 치매, 관절염 등 각종 노인성질환 등으로 고생하면서 우울증까지 겹쳐 급기야 자살에 이르기까지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의 관심과 사랑이 어느 때보다 요청된다. 성경 요한복음 3장 16절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다”고 하셨다. 세상은 어둡고 죄가 많아도 정죄의 대상이 아니라 구원의 대상이다. 성경이나 세계교회사를 보면 세상이 혼탁하고 가난과 기근이 심화될 때, 또한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을 때 각종 이단과 사이비가 등장하고 득세하여 왔다.

바로 지금이 그런 현실이다. 작금의 이단과 사이비는 기존 교회나 교인들만 목표로 삼지 않고 도시빈민지역, 고지대 달동네, 농어촌, 에너지빈곤층 등을 목표로 공격적인 봉사와 구제를 하고 있다. 심지어 연탄은행에도 찾아와 사랑의 연탄과 쌀 등을 후원하며 봉사하겠다고 하고, 협조를 안 하면 행정기관 등을 통하여 압박하기도 한다. 마태복음 24장 말씀처럼 “말세지말(末世之末)”이다.

설상가상 한국교회는 세상의 수없는 공격과 도전을 받으며 ‘가나안교인(교회 안 나가는 교인)’이란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아직 희망이고 또 희망이 되어야 한다.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손에 성경 한손에 신문을”이라고 했으며, 나치와 싸웠던 본회퍼는 “타자를 위한 존재”가 교회임을 역설했다. 필자를 비롯하여 우리 교회와 교인들은 말씀과 기도로 중무장하고 사랑의 현장을 찾아가는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십자가신학을 고백하고 실천해야 될 것이다.

사람은 섭씨 15도이면 추위를 느끼고 10도면 난방을 해야 추위를 이길 수 있다. 올겨울은 강한 한파와 폭설 등으로 매우 추울 것이라고 한다. 이런 때 700원 하는 연탄 1장 때로는 내복 한 벌,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그것이 필요한 이웃과 사람들이 전국에 10만 가구가 넘는다. 주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돌보고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전국에 많은 교회들이 연탄 나누기 사역에 동참하고 있지만 현재 광주와 목포는 연탄은행이 없어 인근 지역에서 이곳까지 관리하느라 힘에 부친 상황이다. 뜻이 있는 지역교회가 연탄은행에 관심을 갖고 헌신해주기 바란다. 추위와 싸우는 에너지 빈곤층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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