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결 목사(서울 신일고등학교)

▲ 박한결 목사(서울 신일고등학교)

필자가 섬기고 있는 고등학교는 공식적인 신앙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학교이다. 그 중에 특별히 하나를 꼽는다면 해마다 전반기에 1주, 후반기에 1주 진행하고 있는 특별새벽기도회다. 평소에도 매일 아침, 점심, 저녁시간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도모임을 하고 있기에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기도회에는 ‘특별’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다. 가을에는 종교개혁 기념 주간에 맞춰 시작된다.

학생들에게 오전 6시는 그야말로 ‘새벽’과 다름없다. 등교시간을 맞추기도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새벽에 눈을 비비며 기도의 자리에 들어선다. 선생님들은 하나님께서 사명자로, 선교사로 이곳에 나를 보내셨다는 믿음의 결단을 가지고 함께 자리를 지킨다.

새벽기도 인도자가 누릴 수 있는 감격의 백미는 안수기도를 할 때다. 수능을 앞둔 고3들을 위해 안수기도를 했다. 그런데 교회를 다니지 않았고, 처음에는 하나님이 누구신지도 제대로 모르던 친구들이 제출한 기도제목을 보면 감격이 밀려온다. 새벽기도회를 통해 예수님이 구원자이심을 깨닫고 결단의 기도제목을 내놓는다. “하나님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내 욕심대로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는 대로 살겠습니다.”

새벽기도 첫날이 지나고 오후 쉬는 시간에 학교 이곳저곳을 다니며 만나는 친구들에게 장난스럽게 “OO야! 너 오늘 새벽에 안보이더라”라고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목사님, 죄송해요. 내일은 꼭 나갈게요”라고 말한다. 더러는 “새벽에 너무 일어나기 힘들었어요”라고 답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특별새벽기도회를 오라는 이야기가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은가보다.

특별새벽기도회가 종교개혁 기념 주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병행되는 활동이 한 가지 더 있다. 이 기간에 영어 성경 외우기 대회를 진행한다. 작년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로마서’ 일부를 외우는 대회를 진행했다. 올해는 고린도전서 13장을 외우는 대회로 진행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친구가 독실한 타종교 신자였다. “예배 시간에 그냥 앉아 있는 것조차도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강하게 거부했던 친구가 성경을 외우는 대회에 참가를 하고, 열심히 외워 금상을 수상했다. 참고로 영어 성경 외우기 대회는 강제적 참가가 아니라 자율적 참가의 대회이다. 성경을 통째로 외웠으니 얼마나 많이 읽고 외웠을까? 자신은 “나는 지금 기독교의 경전을 읽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대회의 수상을 위해 영어 교과서를 읽을 뿐이다”라고 생각했겠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이미 좌우에 날선 검과 같이 그 친구의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파고들었으리라!

그러니 그런 학생들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목의 사역이 어찌 보람차지 않겠는가? 어느 특정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교회가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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