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자전적 이야기 담은 그림에세이 <나의 인생 책> … “응원 아끼지 말아달라”

▲ 구세군서대문사랑방 가족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담은 도서 <나의 인생 책>을 통해 과거를 담대히 마주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작품전시회에서 자신이 쓴 책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김종철 씨.

구세군서대문사랑방에 3년째 머물고 있는 김종철 씨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종철 씨뿐만 아니라 함께 생활하는 12명 가족들 모두가 이제 작가다. 사랑방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새 출발을 꿈꾸던 이들이 홈리스 그림 에세이 <나의 인생 책>을 펴냈다.

책에는 그들의 어린 시절, 가족, 고난, 사랑 등 겪었던 일들이 솔직담백하게 담겼다. 문체는 유려하지 못하고 문맥도 거칠지만, 그 직선적인 문장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녹이는 힘이 있다.
짧은 하나의 글이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다 표현하지는 못해도 진실함과 순수함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은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펜을 잡아본 지도 너무나 오래였고, 힘든 일을 마치고 와서 빨리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을 뒤돌아보니 즐거운 일보다는 아팠던 일들이 더 많은 것만 같아서, 그것을 글로 옮겨내는 것은 많은 용기와 힘을 필요로 했다.

사랑방에서 식당 일을 담당하고 있는 종철 씨도 그랬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서 밥 냄새가 가시지 않은 식당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저희를 도와주는 작가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오시지만 우리는 틈이 날 때마다 모였지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왜 없었겠어요. 그런데 글을 쓸수록 마음속에 응어리 진 한이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깨어진 가정, 사업 실패, 술 중독 등 거친 인생 속에서도 글마다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이제 몇 달 후면 임대주택에 입주할 계획도 가지고 있고, 지금껏 내 삶의 발목을 잡고 있던 지긋지긋한 채무도 곧 깨끗하게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항상 기뻐하며 범사에 감사하며, 쉬지 말고 기도하는 것이다.”(김종철 <가시는 장미보다 아름답다> 중에서)

▲ 노경실 작가(오른쪽)와 함께 출판기념회를 갖고 있는 구세군 사랑방 가족들.

11월 1~3일 서울시민청에서 작은 출판기념회와 작품 전시회도 열려 사랑방 가족들의 어깨는 더 으쓱해졌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종철 씨는 글 쓰는 내내 함께 했던 노경실 작가와 함께 책의 내용 등을 설명하며 뿌듯함을 한껏 만끽했다. “이렇게 책이 예쁘게 나온 것을 보니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감동적’이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죠. 무엇보다 내가 시작한 것을 책임지고 끝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노 작가님, 사랑방 김도진 원장님과 최선관 팀장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감동을 받은 것은 노경실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몇 개월간 동고동락한 사랑방 가족들을 옆에 나란히 앉히고 두런두런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나님이 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가 새삼 느껴졌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로 먼저 글을 쓰게 하고 싶어서 ‘강아지’를 주제로 내줬더니, 다들 강아지 때린 이야기나 잡아먹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마음에 상처와 아픔이 많던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친다기보다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도해준다는 마음으로 다가갔죠. 제가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한 친구의 말이 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기뻤는지 몰라요.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에요.”

구세군서대문사랑방은 앞으로도 홈리스들의 자활자립을 돕는 것은 물론 그들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사역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최선관 팀장은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지만 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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