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복음으로 세상에 답하다 ④ 기독교세계관은 어떤 이유로 체계화 되었는가

오어와 카이퍼, 기독교세계관 신학 체계로 발전 시켜 … 영적 전쟁 효과적 수행 돕는 체계적 대안 제시

▲ 최재호 목사
·대구성일교회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Ph. D.(변증학)

이전 글에서는 세계관이 중요한 지를 설명하였다. 이제 기독교세계관이 체계화된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어떤 사상이나 제도가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알아야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법을 집행할 때도 그렇다. 그 법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유를 알아야 법의 정신과 입법 취지를 살려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기독교세계관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체계화된 배경과 이유를 이해하고 또한 내용을 파악해야 그것의 중요성을 좀 더 확실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사물의 인식에서 능동적인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한 철학자 칸트의 ‘인식론’에서 시작된 계몽주의 철학의 흐름은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에 와서 정점을 찍는다. 니체는 선배들이 고민했던 인식의 주체로서의 자아와 자연주의와 역사적 상대주의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을 “신은 죽었다”는 직설적인 말로 표현했다. 니체가 말하는 신의 죽음은 사물을 인식함에 있어서 어떤 형태의 초월적이고 선험적인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인식의 주체 앞에 남은 것은 오직 자연과 계속적인 역사의 과정뿐이다. 따라서 니체의 세계관은 신은 죽었으며 오직 자연이 존재하고 역사가 다스린다는 기초 위에서 삶을 해석하고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니체의 이러한 무신론과 자연주의적 실증주의는 철저하게 기독교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무신론세계관이 지성과 문화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은 복음에 엄청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세계관은 삶의 전체 영역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사상적인 틀이기 때문에, 무신론세계관이 주도권을 잡으면 기독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를 인식한 사람들에 의해서 성경의 관점에서 삶과 모든 사물을 해석해야 한다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이 시작되었다. 기독교세계관을 체계화시킨 신학자들의 과업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공격해 오는 세속적(무신론적)인 세계관의 도전에 대항해서 성경에 기초한 세계관을 세상과 인생을 체계적이고 총체적으로 해석하는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세계관을 신학적 체계로 발전시킨 중요한 신학자는 종교개혁자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의 전통에 속한 스코틀랜드의 장로교 신학자 제임스 오어와 네덜란드의 칼빈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이다. 이들에게서 시작된 기독교세계관은 그의 후학들을 통하여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을 포함한 학문의 전체 영역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세계관 신학은 개혁주의 신학이 영적 전쟁을 수행하는 기독교 전체에 물려준 최대의 신학적 유산이라고 말해도 결코 지나친 평가는 아니다.

첫째, 제임스 오어(James Orr, 1844 ~1913)
오어가 태어나서 활동하던 시대는 서구 사회가 급격하게 세속화의 길로 달려가고 있던 시기였다. 철학자 니체와 같은 연도에 출생한 오어는 활동 시기도 거의 정확하게 겹친다. 이것은 오어가 활동하던 시대의 지성적·문화적 환경이 어떠했는가를 잘 설명해 준다.

오어가 무신론의 총체적 공격으로부터 복음을 변증하기 위하여 선택한 전략이 기독교세계관이었다. 기독교가 직면한 도전은 기독교의 특정한 교리에 국한된 공격이 아니라 세상과 삶의 전 영역에서 밀려드는 총체적 공격이었다. 따라서 오어의 신학적 과제는 기독교의 특정한 교리를 방어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복음을 하나의 총체적인 세계관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복음의 변증을 위하여 세계관적 전략을 선택한 오어는 세계관의 생성과정을 자세히 점검하였다. 그러면서 오어는 세계관이 실체를 해석하는 틀로서 체계화된 원인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우주의 총체적이고 통일된 이해를 추구하는 인간의 열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실체에 대한 파편적인 지식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계관은 실체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둘째는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답변하려는 동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세계관은 사람들이 세상과 인생의 궁극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틀을 추구하는 마음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음을 단순히 구원의 교리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세상과 삶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의 틀로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어의 목표는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독교의 관점은 하나의 초점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 초점은 인간의 몸을 입고 역사 가운데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오어에 의하면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실체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세계관이다. 오어의 신학적 유산은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둘째,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
기독교 복음이 무신론 세계관으로부터 전면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오어의 세계관적 대응은 네덜란드의 신학자요, 교육자이며, 정치가인 아브라함 카이퍼를 통하여 더 큰 메아리로 울려 퍼지게 되었다. 카이퍼는 현대주의(Modernism) 무신론의 도전에 대응하여 칼빈주의적 세계관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카이퍼가 주장하는 세계관의 첫 번째 원리는 칼빈의 전통을 따라서 창조자 하나님께서 세계와 삶의 모든 영역을 다스리신다는 성경적 하나님의 주권사상이다. 칼빈주의에 기초한 세계관에 관한 카이퍼의 사상은 1898년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에서 행한 스톤강좌(Stone Lectures)를 통해서 체계적인 모습으로 발표되었다.

현대주의 세계관은 창조자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카이퍼는 현대주의 세계관을 하나님 주권에서 인간 주권으로 옮겨간 새로운 형태의 종교라고 정의하였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세계관의 전쟁은 단순히 종교와 과학간의 전쟁이 아니라 삶과 모든 학문적 영역에서 하나님 중심적인 삶의 체계와 인간 중심적인 삶의 체계라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의 체계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카이퍼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두 번째 원리는 인간의 마음이 모든 행동을 주관하는 중심이라는 것이다. 카이퍼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해석의 원리와 그것에 의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삶의 체계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며 두 종류의 학문이 있다고 주장한다. 카이퍼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이 영적으로 거듭났느냐 거듭나지 않았느냐에 따라서 둘로 구분된다. 기독교세계관으로 거듭난 사람은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탐구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하나님 중심적인 학문을 제시한다. 그러나 거듭나지 못하고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무신론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을 부정하고 우상숭배적인 학문을 제시한다.

하나님이 창조세계의 모든 영역에서 절대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살아가는 삶에는 기본적으로 거룩한 직업과 세속적인 직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총체적인 삶 전체로써 창조자 하나님을 섬겨야 하고,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

카이퍼의 사상은 두 영역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첫 번째 영역은 철학을 포함한 일반 학문의 영역이다. 카이퍼는 모든 이론은 인간 이성의 중립적 작용에 의해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미리 ‘전제된 믿음의 헌신(presupposition)’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카이퍼의 사상은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특별히 미국의 철학계에서 카이퍼의 사상적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에 의해서 ’개혁주의 인식론(Reformed Epistemology)’이라는 철학의 새로운 학파가 만들어졌다.

카이퍼가 영향을 끼친 두 번째 영역은 신학, 특별히 변증학의 영역이다. 총체적인 세계관으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카이퍼의 접근은 전통적인 변증학에 대안을 제시했다. 변증학은 세부적인 사실이나 증거에 집중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론과 인식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전제(presupposition)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카이퍼가 제시한 전제론적 비평이라는 변증학적 과제는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변증학을 가르친 코넬리우스 밴틸(Cornelius Van Til, 1895~1987)에 의해서 ‘전제론적 변증학(Presuppositional Apologetics)’이라는 신학의 새로운 분야로 발전하였다.

정리하면, 오어와 카이퍼가 체계화시킨 기독교세계관 운동은 삶의 전 영역에서 공격해 오는 무신론 세계관의 도전에 대하여 복음의 진실성을 방어하고 설명하기 위한 변증학적 필요에 의해서 비롯되었다. 세계관의 충돌은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의 체계와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삶의 체계 사이에 벌어지는 영적 전쟁이다. 영적 전쟁이라는 면에서 세계관은 학문적인 이론의 문제 이전에 실천적인 삶의 문제이다.

세계관 사역의 일차적 관심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고 영적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혜롭고 진실한 하나님의 청지기를 세우는 일이다. 따라서 세계관 사역은 성도들을 가르치고 훈련시켜서 그리스도의 선한 군사로 세우는 청지기 영성훈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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