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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우려한다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대)

11월 1일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여호와의증인 신도의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다고 보아, 그에게 1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9인의 대법관)은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제한이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도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을 찬찬히 살펴보면 법리적으로나 평균인의 상식으로도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여호와의증인 신도의 병역거부를 ‘양심의 자유 관점’에서 다루려 하였으나, 결국은 ‘종교 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그치고만 대법원의 일관성 없는 논증절차가 어설프게 보인다. 다수의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도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은 실증적 자료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져야지, 단순히 희망 섞인 기대여서는 안 된다.

또한 다수의견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그 논증은 생략하였다.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하였던 것처럼 과잉금지원칙에 따른 비례성 심사를 하였어야 했다. 다수의견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강조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데, 만약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자가 소수 아닌 수준이 되어도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인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이번 판결로 말미암아 양심적 병역거부가 동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판결은 10월 말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227건 외 전체적 930여 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체복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 실시되기 전까지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리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입영을 꺼리는 사람들이 양심적 결정을 내세우며 입영을 거부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문제는 입법론이다. 국방의무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설계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새로이 제정할 법률명을 무엇으로 할지, 대체복무의 분야·기간·형태·신청자격, 진정한 양심 여부의 심사 기준·절차·기구 등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이 중 가장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것은 대체복무의 분야이다. 대체복무를 비군사적인 순수한 민간복무로만 할지 아니면 비집총복무도 포함할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여야 한다. 평화주의를 주장하며 그릇된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집단의 활동에 대해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안보의식 및 국방력의 약화에 대해서 한국교회는 기도하며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박용미 기자 mee@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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