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목칼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아이들
[교목칼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한 아이들
  • 정형권 기자
  • 승인 2018.11.02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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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건 목사(서울 재현고등학교)

11월 15일에는 대한민국 교육계 최대의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있다. 비행기도 이착륙을 금지시키고, 차량 운행도 지연시켜서 해외 토픽에 나올 정도로 온 나라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험이 바로 수능이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초긴장상태가 되는 때다.

▲ 정동건 목사(서울 재현고등학교)

현재 대학입시 제도는 1994년부터 시행되어 정착된 ‘수학능력시험’이다. 본래 취지는 프랑스의 유명한 입시 시스템인 ‘바칼로레아’처럼 학생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할 능력이 되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출제한 문제를 다 맞혀서 높은 등급을 받게 하는 제도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수시모집은 미국의 입시제도를 본떠 만든 시스템이었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보다는 다양한 학교생활과 봉사활동 등으로 인격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학생들을 뽑아보자는 좋은 취지이긴 했으나, 학생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는 양면성이 있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고3 학생들은 너무 불안해한다. 수시모집 준비로 8~9월을 요즘 아이들의 표현으로 ‘버닝’한 후, 10월부터는 심란한 마음으로 다시 펜대를 잡는다. 그러다 10월 말부터 각 대학에서 전해지는 1차 합·불 소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이번에 자기소개서를 첨삭받은 제자 몇 명이 교목실에 찾아왔다. 1차 합격과 함께 면접 준비로 분주한 날을 보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아이들이 대견했고, 한편으로는 참 짠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꼭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가야만 하나?” 한 명의 직업인으로 하나님의 소명을 감당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이러한 직업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정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지금 학교 시스템은 이 아이들이 중학생 때부터 진로를 명확하게 잡고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도록 요구한다. 사회에서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백안시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입시에 뒤쳐져 있거나, 입시 생각이 없는 아이들은 그림자 취급을 받는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회다. 아이들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대학에 가지 않을 수 있다. 재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기에 우리는 다만 위로와 격려를 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교회에서조차 소위 말하는 서(서울대)-연(연세대)-고(고려대)-서(서강대)-성(성균관대)-한(한양대)에 합격한 아이들이 나오면 현수막을 걸고,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축하하는 행사를 갖는다.

반면 이름이 상대적으로 적게 알려진 학교에 합격한 아이들, 재수를 선택한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나는 버리셨나보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에서조차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아이들은 ‘사랑의 하나님’이 아니라 ‘가진 자들, 성공한 자들만을 위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칼빈은 “모든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다”는 가르침으로 성직만 거룩하게 보았던 왜곡된 중세에 다시금 노동의 소중함과 직업의 신성함을 알려줬다. 그리고 이 가르침이 개신교, 우리 장로교회의 중요한 사상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노동은 신성하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가든, 직업현장을 택하든, 다른 무언가를 하든, 그 자체로도 귀중한 하나님의 백성이다. 이 아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축복해 주어야 할 아이들이 아닌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상담을 할 때에도 이 관점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우리의 작은 사역과 격려로 말미암아 사회의 각 분야로 나아갈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 앞에서 직업의 신성함을 배우고 자기 소명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실 수많은 목사님들께 정중히 부탁드린다. 교회의 청소년들을 그들의 입시 결과, 선택 결과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축복해 주시고, 신앙을 잃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란다. 수능 기도회에서는 아이들의 ‘좋은 대학 합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신 소명을 발견하고 부르심에 헌신하는 아이들’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귀하고 소중하다. 그 아이들을 하나님께서는 때로는 대학에서, 때로는 직업의 현장에서, 때로는 삶의 자리에서 가장 거룩한 일을 감당하라고 부르셨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남을 짓밟고 가라”고 가르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기를, 신성한 땀의 가치와 정직한 노력의 무게감을 잃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수능에, 입시에, 대학에, 돈과 쾌락, 명예에 눌리지 않고 하나님을 높이는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기도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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