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총회서 잇따른 반대로 전면 취소 … 신사참배 회개문 채택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전명구 목사·이하 기감)가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감독의 자격을 문제 삼아 감독 이취임식을 취소했다. 기감은 10월 30~31일 인천 작전동 계산중앙교회(최신성 목사)에서 제33회 총회를 열고, 마지막 순서로 감독 이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취임 당사자들이 서울남연회 감독 당선자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혀, 이취임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서울남연회 감독 당선자인 전준구 목사는 감독 후보 등록 때부터 성폭력 의혹을 받아왔다.

▲ 기감 제33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신사참배 회개문을 발표하고 통성으로 기도하고 있다.

첫날부터 총회 장소에서는 서울남연회여선교회연합회를 비롯해 총회 산하 여성단체들이 전준구 목사의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전 목사로부터 성폭력 가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23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고, 그는 2010년 성폭력 혐의를 벗기 위해 간음을 했음을 시인했다”며 “전 목사는 사퇴하고, 총회특별재판위원회는 당선을 무효화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총회 당일에는 금권선거를 이유로 전 목사를 총회특별심사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전준구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로고스교회 성도들이 맞불 시위까지 펼쳤다. 대립이 계속되자 전 목사는 총회 석상에서 발언권을 얻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교리와 장정에 따른 재판 결과에 온전하게 승복하겠다”고 했으나 총대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역부족이었다. 결국 전명구 감독회장은 정회 후 이취임식 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했고, 감독 당선자들은 물론 이임하는 감독들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와 함께 가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고스교회 한성일 장로는 “우리 목사님이 교단법과 사회법에 25차례 이상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결국 다 무죄판결을 받았다. 취임식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로고스교회뿐 아니라 서울남연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취임식은 이임하는 감독들이 한 자리에 나와 인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이번 총회는 직무정지 가처분을 받아 6개월 동안 업무를 보지 못했던 전명구 감독회장이 판결을 통해 총회 직전 복귀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공백 동안 행정이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한 탓인지 이번 총회에 이렇다 할 안건이 나오지 않았다. 신사참배 80년을 맞아 회개문을 채택하고, 통성으로 기도한 것이 그나마 유일했다.

▲ 대한기독교감리회 제33회 총회에서 신임 연회 감독들이 총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감독 당선자의 자격 논란으로 이취임식은 열리지 못했다.

회개문에는 “1938년 총리사의 명의로 ‘신사참배는 국가의식으로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 교리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통고문을 냈으며, 제3회 총회 때인 1938년 10월 7일에는 감리교인 7000여 명이 황성요배와 황국신민서사를 제창한 후 남산 조선신궁을 참배하기도 했다. 신사참배는 창조주 하나님 신앙에서 볼 때 신격화된 천황에 대한 숭배요, 또한 민족적인 양심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33회 총회를 맞이하여 과거 불행한 시대에 있었던 신사참배의 어둔 행위를 창조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민족과 인류 앞에 철저한 회개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신앙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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