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기념사업 후 1년, 치열한 반성 없이 변화의지 실종
깊은 고민과 성찰로 뿌리부터 회복, 개혁 정신 실천해가야

종교개혁 501주년이다. 한국교회는 10월 28일을 기념주일로 지키고 전후로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해 여파였을까. 예년에 비해 비교적 조용히 보내고 있는 올해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주일을 단지 연례행사로만 치르고 있는지, 아니면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말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를 보면 전자에 가깝다.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지난해조차도 그랬다.

1년 전,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치장했다. 연합예배를 필두로 성령대회, 학술대회, 세미나, 캠페인까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 역사적인 날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갱신을 기대했지만 그 이후 1년을 돌아봤을 때 한국교회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일선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이 행사를 위한 행사에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오준규 목사(낮은마음교회)는 “외형상 다양하고 풍성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기념사업이 아니라, 개혁의 다짐과 실천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세교회와 다를 바 없는 한국교회에 대한 반성이 전무한 행사였다”고 밝혔다.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도 “종교개혁의 핵심은 내부로부터의 반성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는 자화자찬이 주를 이뤘다. 더구나 설교를 흥정하는 단체와 돈을 주면서 설교를 하는 목사들의 모습이 종교개혁정신의 근간을 허물었다. 그 증거가 올해의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신 목사의 말처럼 올해 들어 한국교회는 교회의 본질에서 벗어나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 갔다. 오히려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의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세습·성범죄로 얼룩진 한국교회

한국교회에 지금껏 겪지 못했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발단은 목회세습이다. 명성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난 지 보름도 안 돼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위임식을 치렀다. 예장통합 교단헌법마저 무시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목회세습을 단행했다.

목회세습은 시한폭탄과 같은 한국교회의 폐단이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150여 개의 한국교회에서 목회세습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쓴소리가 넘쳤다. 대형교회인 명성교회 목회세습이 그 뇌관을 건드려 터져 버린 것이다. 사회는 거룩성을 상실한 한국교회를 조롱했다.

홍영진 목사(그십자가교회)는 “명성교회 목회세습은 교단헌법과 공교회의 결정을 받아드리지 않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연합을 부정하는 참담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동식 목사는 “명성교회 목회세습으로 인해 교회의 거룩성과 신뢰성이 추락했고 한국교회는 동네북이 되어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목회자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올해 초 사회 전반에서 일어난 미투운동이 교계로 번지더니 담임목사를 비롯해 부목사들의 성추문이 터지면서 한국교회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게다가 한국교회는 목회자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하면, 교단과 노회는 묵인 또는 은폐하려는 움직임도 보여 재발 여지마저 남겨놓는 실정이다.

교단 안에서는 총신 사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총신은 정치세력의 전장이 됐고, 총장과 재단이사들은 총신을 사유화하려고 했다. 개혁교회를 추구하는 교단의 산실이 정치집단에 의해 무너진 것이다. 결국 자정능력을 보이지 못한 교단을 대신해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선임해 수습하는 형국이다.

홍영진 목사는 총신 사유화 목적에 대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정관을 바꿔 교단의 치리를 벗어났고, 정치목사가 총장이 되어 교수 선임과 직원 채용 등에 개입하여 사유화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목회세습, 목회자 성범죄, 총신 사태 등.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한국교회의 종교개혁 500주년은 실패했다. 단 1년 만에 실패라는 단정은 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종교개혁이 1년 만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개혁은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칼뱅 루터 츠빙글리 등 종교개혁의 기수들은 한시도 개혁의 열망을 놓지 않았고 수많은 피를 쏟아내며 개혁교회를 탄생시켰다.

 

뿌리서부터 개혁하자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기회를 놓친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결단하고 본질도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대형화의 꿈을 접고, 목사는 권좌에서 내려오고, 교인은 개혁적인 신앙인으로 서야 할 것이다.

대형교회의 출현으로 한국교회의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한 공학섭 목사(순천만대대교회)는 “금전비리와 목회자 타락의 위험성이 높은 대형교회의 해체를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면 더 이상 대형교회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마을마다 적당한 교회가 지역과 주민을 섬길 때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씻겨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준규 목사는 교인들에게 생각하는 신앙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오 목사는 “종교개혁은 신앙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한국교회는 여전히 교회와 목사의 권위에 눌려 성도 개인이 하나님 앞에 서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목사의 권위에 눌려서 ‘생각 없는 신앙’이 팽배해 있다. 생각하지 않으니 판단과 비판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다”면서, “지금이라도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성도 모두가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 목회자는 그 깊은 고민과 성찰 끝에 설교가 나와야 하고 성도는 그 깊은 고민과 성찰 끝에 아멘이 나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잎사귀만 닦는다고 썩은 뿌리가 회복되지 않는 법이다. 한국교회는 중세교회의 대형성당 건축, 면죄부 판매, 성직세습, 성직매매와 같은 대형화, 물량화, 목회세습, 기복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뿌리부터 개혁할 때다. 종교개혁 501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종교개혁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길 제안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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