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교회, 한국교회역사자료박물관 운영

장영학 목사, 평생 수집한 1만5000여권 공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책향기교회(장영학 목사)는 ‘한국교회역사자료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특이한 교회다.

강대상이 있고 장의자가 있는 모습은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지만 수많은 교회사 자료들이 교회 벽면을 다 채우고도 모자라서 예배당 곳곳에 쌓여 있어 인상적이다. 장 목사는 예배가 없는 시간이면 박물관에서 연구를 하고 외부에서 자료를 읽기 위해서 찾아오는 연구자들에게 박물관을 개방하고 있다.

장 목사는 어릴 적부터 자료 수집과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일찍이 목사가 되기를 결단하고 중학교 시절부터 노회를 참관하러 다녔다. 또 <기독신문>을 창간년도부터 꾸준히 읽었다. 웬만한 자료라면 소소한 것까지 모아두었다.

특히 교회사에 흥미를 가졌다. 시골 작은 교회의 교회사일지라도 읽으면 감동이 되었다고 말한다. 교회사에 나오는 옛날 이야기들이 왠지 그의 마음을 움직였는데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교회사를 만들려고 애쓴 사람들을 생각하면 뭉클했다. 그가 ‘한국교회역사자료박물관’으로 명명한 것도 교회사가 주 관심사이기 때문이었다.

▲ 책향기교회 담임 장영학 목사가 교회 내 한국교회역사자료박물관에 소장 중인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개교회 100년사들이 상당하다. 장 목사에 따르면 한국에는 1000여 개의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교회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400여 교회가 <백년사>를 발간했다. 그리고 박물관은 그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다. 해방 전 장로교회의 노회록과 총회록, 감리교 연회록 등도 박물관에 있다. 1800년대에 만든 미국교회 개교회사들도 비치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언더우드 선교사를 파송한 애비뉴교회가 1885년에 만든 교회사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 죽산 박형룡 박사가 <근대신학난제선평>을 책으로 발간하기 전에 강의실에서 사용했던 교안이나 희귀본인 장공 김재준 박사의 1940년대 칼럼집 <낙수>도 자랑할만 하다.

한국교회사와 세계교회사, 역사적 문서 및 사진, 학술논문 및 학위논문, 학술잡지 및 연구잡지, 기독교계 신문과 지역교회 신문, 한국교회 관련 외국 도서 등 박물관에서 향기를 발하고 있는 자료들은 무려 1만5000여 점을 넘어선다.

▲ 책향기교회 예배당의 모습. 장영학 목사가 평생 수집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장영학 목사는 이 자료들을 활용하여 실력을 쌓아서 총회역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개인전시회도 여러 차례 열었다. 또 교계언론 매체에 교회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는 글을 다수 발표했다. 최근 순교자 주기철 목사가 일제에 의해 면직된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 권고사직을 당한 것이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때 장영학 목사는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권고사직이 아니고 면직이 틀림없다는 논증을 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장 목사는 단순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면서 역사의 의미를 체험하고 전국교회에 알리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죽산 박형룡 박사 소천 40주년이었던 지난 10월 25일, 홀로 파주에 있는 박형룡 박사 묘소를 찾아 추모했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역사적 의미를 몸으로 기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책향기교회에는 각종 희귀자료들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북 5도 시군구지다. 이밖에 한국교회 100년사, 해방전 장로교회 노회록과 총회록, 미국교회 개교회사 등이 있다.

장 목사의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교회사 관련 자료들을 받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일도 적지 않았다. 교회들의 상당수가 자료 공유를 꺼려해서 설득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어렵게 자료를 모았지만 장 목사는 교회사 자료는 공유되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토록 활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박물관을 세웠다.

역사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책향기교회는 노회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하여 운영되고 있다. 또 성도들 전원이 십일조를 하는 작지만 알찬 교회로 성장했다. 지역에 큰 교회들이 적지 않고 이동이 잦은 특성 때문에 만족할만큼 부흥되지 않지만 감사하게도 성도들은 장 목사의 박물관 사역을 이해하고 기도해주고 있다.

장영학 목사는 “한국교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이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교회, 노회, 교단은 자료보존의 의지를 갖고 자료 수집과 활용에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총회가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교단 역사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저희 교회 박물관에 소장한 자료들을 총신대에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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