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었던 2017년 10월 31일, 당시 한국교회 최대 이슈는 ‘명성교회 세습’이었다. 총회는 ‘총신대 사유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시 종교개혁 501주년을 앞두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는 교회를 넘어 사회의 큰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사회를 혼란하게 만드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기독교 기관이 지목받고 있다. 선지동산 총신대는 가톨릭 신도와 무종교인이 임시재단이사로 임명되어 교육과 행정을 결정하고 있다.

더욱 참혹하게 변한 교회의 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교회는 스스로 갱신할 수 있는가? 도대체 한국교회는 어디까지 추락하는가?

기자 역시 오랫동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작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에 기자수첩을 쓸 때도, 낙담과 울분 속에 있었다. 작년보다 오늘의 현실은 더욱 참혹하지만, 오히려 낙담하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취재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첫째는 더 이상 대형 교회를 ‘한국의 대표 교회’로 인정하지 않게 됐다.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교회’는 인간의 기준으로, 물질과 권력의 분량에 따라서 정해졌다. 우리는 여의도와 서초동과 명일동의 대표 교회들이 연이어 무너지는 것을 봤다. 이제 우리는 대형 교회를 한국의 대표 교회로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는 맘몬이즘과 세속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다.

둘째는 한국교회 갱신이 다른 방식으로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교회갱신은 불이 아니라 물이었다. 강렬하고 맹렬한 불길처럼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물길이었다. 작은교회운동 교회분립운동 공동체운동 미션얼처지 등등 복음과 교회의 본질을 실천하려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그 물길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복음의 본질에 따라 사역하려는 많은 목회자들을 만났다. 예상보다 교회갱신의 맑은 물들은 도처에 있었다. 사람들은 한국교회가 썩었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맑은 물은 아래에서 밑바닥으로 흐른다. 그 물이 언젠가 썩었던 강물을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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