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기독미술평론>

▒ 제목:생명의 강, 73x130cm 판유리, 유리 에나멜물감(fused sheet glass, glass enamel), 2018

■최진희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 맨해튼 Art Student League에서 수학했다. 1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제24회 한국기독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아트미션, 한울회, 영락미협, 기독미술인협회 회원이다.

최진희의 작품은 생명나무가 숲을 이루는 강가와, 그 정중앙을 유유히 흐르는 생명수 강물이 푸른 평온으로 이끈다. 생명수 강물의 갈지(之)자형 구도는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서두름 없이 여유롭게 흐르지만 강한 운동 에너지와 질서, 평온, 위로부터 부어지는 생명의 영속성과 신비가 그 곳에 충일하다. 분주하고 바쁜 현대인이 에덴동산을 꿈꾸게 하는 태초의 신비인 것이다.
<생명의 강>은 유리로 제작되었는데, 속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시원한 질감은 실제 물이 흐르는 것 같은 착시를 준다. 유리는 인간 생활에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실용성과 인간의 마음을 순수하게 하는 비가시적 요소까지 겸비한 묘한 매혹의 물성이다. 유리로 인류의 지혜와 성경적 의미를 예술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대략 기원전 35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되어 이집트, 로마 제국 등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유리제품을 제작한 역사가 오늘날의 유리 공예와 현대의 유리 예술의 기반이다. 이처럼 유리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 하며, 실용성뿐만 아니라 환상적이고 영롱한 색감과 조형미를 자랑하면서 예술로 승화되고 진화를 거듭했다. 인간이 불을 이용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로 많은 예술가들이 주옥같은 걸작을 남겼다.

작가는 “유리는 나에게 또 하나의 캔버스다. 예민한 유리의 특성과 시행착오로 작업 과정 중 어이 없이 깨지는 상황도 있다. 천천히 식혀야 하는 서냉 과정의 실수로 깨지기 시작하는 유리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깨지기 쉽고 연약한 유리와 같은 존재지만, 감사와 따스함이 있는 생명의 통로를 소망한다”라고 고백한다.

화면에는 생명나무를 묘사한 직선과 생명의 강을 묘사한 곡선의 대비를 통해 유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영롱한 푸른색이 화면 전체를 감싸고 돌면서 환상적 서정미학을 연출한다.

‘그 천사는 또 내게 생명수가 흐르는 강을 보여 주었습니다 수정같이 맑은 그 강은 하나님과 어린 양의 보좌로부터 흘러나와 그 성의 넓은 거리 한가운데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양쪽에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일 년에 열두 번, 달마다 새로운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또, 그 잎은 모든 사람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계 22:1,2) 이 말씀처럼 수정같이 맑은 강물이 보좌에서부터 흘러 우리의 인생 여정을 촉촉이 적시며 흘러 갈 것이다. 또한, 때를 따라 열두 가지 열매와 이파리가 우리의 연약함을 치료할 것이다.

유리 같이 깨지기 쉬운 연약한 인생이지만, 성령의 강한 불의 담금질로 아름다운 보석이 되는 꿈을 꾼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생명의 강> 작품을 감상하며 계시록 말씀을 묵상한다면, 새 하늘과 새 땅의 거룩한 성 예루살렘이 열리고 하나님의 보좌로부터 흐르는 생명수와 열두 가지 보석으로 가득한 그 곳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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