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활자립 기획] 굿윌스토어 '자선 아닌 기회' ①최선의 복지는 좋은 일자리

발달장애 특성 고려, 물품 분류·포장 작업 ‘열심’ … 어머니 “더 많은 기회 주어지길”

인간에게 ‘노동’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장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 그 일을 통해 생계를 이어갈 돈을 벌 수 있을 때 비로소 장애인들은 자신이 가진 장애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기독신문>은 총 3회에 걸쳐 밀알복지재단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결합된 재활용품 판매점 ‘굿윌스토어’를 소개하고, 장애인들을 자선을 베풀 대상을 넘어 인간답게 살 일할 ‘기회’가 필요한 공동체 일원임을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보 씨의 하루

기보 씨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많다. 자신만의 독특한 필체로 그림을 그리듯 예쁜 글을 쓰는 캘리그라피,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스케이트와 골프, 수요일 업무 후 직장동료들과 함께 즐기는 탁구. 그러나 무엇보다 기보 씨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일’이다.

송기보 씨는 ‘굿윌스토어’ 도봉점에서 일하고 있다. 기보 씨는 평일이면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고 옷을 단정히 차려 입고, 남양주에 위치한 집에서부터 직장까지 버스-지하철-경전철-버스를 번갈아 타며 출근한다.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후 오늘 할 일은 조회한 후 오전 10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오뚜기 물류팀에 속한 기보 씨는 매장에서 판매할 제품(오뚜기에서 기증한 식료품)을 물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류팀에 속하기 전에는 의류팀에서 옷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다림질 하는 일도 했다. 처음엔 뭐든 낯선 일이었을 테지만, 그 어떤 일이든 즐겁고 보람차다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의 가장 큰 기쁨이고 보람이기 때문이다.

▲ 굿윌스토어 도봉점에서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송기보 씨와 어머니 고희금 씨. 고 씨는 아들이 보다 근무하기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매장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기쁘고 보람된 일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월급을 타서 헌금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용돈도 드리고, 저축도 할 수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

또박또박 예쁘게 작성해 온 답변지를 읽으면서 기보 씨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냈다. 굿윌스토어에 일하게 된 것도 일하고자 하는 기보 씨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보 씨의 어머니 고희금 씨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취업의 기회조차 잘 없었다”며 그나마 일자리가 생겨도 근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들이 20대 후반에 일반 기업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그 특성을 고려한 업무를 배정해주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잡무를 비롯해 업무 이외의 일들을 즉흥적으로 시키는 등의 이유로 지속적인 근무가 불가능했어요.”

▲ 송기보 씨가 동료들과 함께 굿윌스토어 매장에 판매될 물품들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기보 씨는 취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 한 모임에서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기보 씨의 이야기를 들은 시청 장애인정책과 직원이 굿윌스토어 도봉점에서 직원을 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보 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머쥐었다.

기보 씨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직원들 모두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서로 친절하게 도와주며 함께 일했으면 좋겠어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매장 기증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굿윌스토어 도봉점 부모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아들이 좀 더 좋은 근로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어머니 고희금 씨의 바람도 같다.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우리 아들이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일할 기회, 자활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좋은 물건들을 굿윌스토어에 기증해주시는 일부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그 작은 참여가 모여 또 한 명의 일하고자 하는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놀라운 기적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2011년 굿윌스토어 1호점인 송파점이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굿윌스토어 업무에 동참해왔던 박 국장은 굿윌스토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반적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장애인 근로자가 스스로 일해서 모은 매출금으로 월급을 받는 ‘비즈니스’적인 운영이 어렵습니다. 또한 매출만 강조해서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하지만 굿윌스토어는 장애인의 자활자립이 가능한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굿윌스토어는 소매유통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보다 값이 싸면서도 질 좋은 상품들이 많아야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매장에 진열되는 제품의 90%가 기증품이지만, 나머지 10%는 기획팀에서 매입한 ‘구매하기 매력적인’ 상품들로 채워진다. 동시에 20% 이상 마진을 남겨 그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제작한 상품도 선별해 판매해서 다른 곳에 고용된 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수익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계획적인 경영과 지속적인 실적 관리가 있어야만 진정한 장애인 직업재활이 가능합니다. 또한 소매유통업이기 때문에 매장을 늘일수록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으로 더 많은 고용의 기회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밀알복지재단의 목표는 굿윌스토어를 전국 50곳에 매장을 확대하고, 1000명 이상의 중증장애인에게 자활자립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현재 굿윌스토어는 서울 송파와 도봉, 경기도 구리와 전북 전주, 대전 등 전국 5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굿윌스토어는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 이외에 장애인 근로자들이 물류 및 상품화, 용역 작업을 할 큰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매장으로 사용가능한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박 국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자활자립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이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기도와 후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기증문의 : 1670-9125
밀알복지재단 굿윌스토어 후원계좌 : 하나은행 303-890014-8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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