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남노회 공식 반성입장 밝히고 참회 ... 결의참여 노회 회개 움직임

강대상 벽면에는 80년 전 노회에 제출된 신사참배 청원서가 걸렸다. ‘신사는 종교가 아님으로써’ ‘충심숭경의 정성’ ‘국민의 당연한 의무’. 당시 선배들이 써내려간 부끄러운 글귀 하나하나를 후배 노회원들 모두가 직시하며 마음을 여몄다. 가슴을 찢는 회개의 기도가 이어졌다.

신사참배 결의 80주년을 맞아 제103회 총회에서 참회의 시간이 마련된데 이어, 당시 신사참배 결의에 참여했던 지역노회들의 공식적인 회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 전북노회원들이 과거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회개의 시간을 가지며 바른 믿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전북노회(노회장:강철홍 목사)는 제166회 정기회가 열린 10월 16일 전주 중인교회에서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회개의 시간’을 가졌다. 선배 노회원들이 제27회 총회보다 앞서 1938년 6월 8일 전북노회 제32회 정기회 당시 행한 신사참배 결의를 공식적으로 반성한 것이다.

이번 정기회를 앞두고 전북노회는 신사참배회개위원회(위원장:윤희원 목사)를 구성하며 철저한 역사청산의 시간을 준비했다. 관련 역사자료들을 찾아 논문과 기도문 현수막 동영상 등을 작성하고, 이를 정리한 소책자도 제작했다.

당일 윤희원 목사 사회로 시작된 회개예배는 김석곤 장로(전주동산교회) 기도, 최병석 목사(구이중앙교회) 설교, 최용만 목사(이서제일교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역사보고, 오재술 목사(광민교회)가 제작한 동영상 상영, 박동현 목사(전주동양교회) 회개기도, 조무영 목사(중인교회) 결의문 낭독, 노회장 강철홍 목사 축도로 진행됐다.

최병석 목사는 설교를 통해 “느헤미야처럼 우리들도 역사 앞에 서서 민족의 죄를 회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오늘의 예배를 선배들이 저지른 신사참배의 과오를 뉘우치고 후세들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예배에 참여한 노회원들은 박동현 목사가 작성한 기도문을 함께 낭송하며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시행한 것은 하나님과 민족 앞에 우상숭배한 무서운 죄임을 알기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회개”한다고 부르짖었다. 또한 조무영 목사가 낭송한 결의문을 채택하며 신사참배 당시의 과오와, 오늘날에도 교권욕과 번영주의에 사로잡힌 교회의 모습을 회개할 것을 선언했다.

▲ 전북노회가 제작한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회개’ 소책자.

이날 신사참배회개위원회가 배포한 소책자에는 신사참배 결의 당시의 상황을 조명한 윤희원 목사의 ‘전북노회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역사적 소고’, 신사참배를 끝까지 반대하다 수난을 당한 당대 인물을 소개한 ‘유복섭 장로의 생애에 대한 약술’ 등이 수록됐다.

당시 익산 천서교회를 섬기던 유복섭 장로는 전북노회가 신사참배를 결의한 이후에도 강한 반대운동을 펼치다 일본 형사와 친일 목사 등에게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아들 유성종 목사는 현재 전북노회 소속으로 이번 정기회에서 전주 원동교회 원로목사로 추대됐으며, 손자 유삼열 목사 역시 총신 졸업 후 현재 맑은샘광천교회 부목사로 사역 중이다.

▲ 전남노회원들이 80년 전의 신사참배 결의를 참회하며 통성기도를 하는 모습.

한편 전남노회(노회장:이정철 목사)도 10월 16일 광주중흥교회에서 열린 제118회 가을정기회에서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남노회도 제27회 총회에 앞서 1938년 5월 6일부터 10일까지 목포양동교회에서 열린 제30회 정기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한 바 있다.

노회원들은 이날 성찬식에 앞서 노회장 이정철 목사의 발의로 과거 신사참배 결의에 대해 참회하며,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철 목사는 “신앙을 저버리고 악한 세상 권세와 우상 앞에 굴복했던 선배들의 잘못을 참회하자”면서 “다시는 가슴 아프고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영적으로 더욱 무장하는 노회와 교회들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증경노회장 김성원 목사는 성찬식 설교를 통해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실제 참배까지 한 일은 한국교회의 원죄와도 같은 사건”이라면서 “더욱 통렬한 회개와 죄를 멀리하는 자세로 거룩성을 지키며, 역사 앞에 바로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목사 장로들이 되자”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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