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의 상도동 이야기]

서울시에서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신기한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100년 후 후손들에게 우리는 어떤 보물을 남겨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출발한다. 엉뚱한 발상 같지만 ‘만약 ‘보물’이라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과 은 같은 보화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가 공유하는 추억과 감성 같은 것이 진짜 보물이라면’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실상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지정 제도이다. 문화유산이란 특정 사회의 문화적 소산 중에서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받는 문화재를 포함해 기술이나 풍습, 문화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미래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근현대 유산을 2013년부터 매년 선정하고 이를 ‘서울미래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등재하고 있다.

서울시 미래유산 제도는 급속한 사회 변화로 훼손·멸실 가능성이 큰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미래유산 후보는 시민과 자치구, 전문가의 추천으로 정해진다. 시민들로부터는 미래유산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제안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451개의 서울미래유산이 선정되어 지속적으로 보존 관리와 활용이 추진 중이다. 올해에는 특히 9월 5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미래유산의 아름다운 1년’에 담길 사진을 공모 받아 새로운 한해의 달력을 제작한다고 한다.

동작구에는 8개의 서울미래유산이 있다. 정치역사 유산으로는 서울 현충원과 김영삼 대통령 가옥 등 2개가 있으며, 시민생활 유산으로는 노량진학원가와 대성관 그리고 장승제 등 3곳이 있다. 산업노동 유산은 노량진 수산시장과 사당동 가구거리 등 2곳, 마지막으로 도서관리 유산은 중앙대학교 중앙도서관 1곳이 있다. 그 중에 상도동에는 ‘김영삼 대통령 가옥’과 ‘장승제’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에 관해서는 앞서 언급한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장승제가 어떻게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되었는지를 살펴보겠다.

상도2동 영도시장 맞은편 삼거리 일대를 장승배기라고 하는데, 오래전 이정표 역할을 했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이 서있던 곳이다. 정조 임금이 1777년에 이 장승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당시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러 가는 도중 이 길을 자주 지났는데 숲이 울창하고 적막해 낮에도 맹수가 나타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장승을 세워 사람들의 무서움을 없애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이 장승은 조선 팔도 장승의 우두머리 격인 ‘대방장승’이 되었다. 1930년대 일본인들이 전통문화 말살정책으로 장승을 없앴으나 1991년 상도동 주민이 복원했고, 올해로 28회째 매년 10월이면 장승제가 열린다. 현재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도 여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장승배기역 6번 출구로 나가면 시립동작 도서관과 맞닿아 있는 장승 두개가 바로 보인다. 그 장승들 밑에 ‘서울미래유산’ 이라는 동판표시가 있다.

이처럼 무속의 상징물 중 하나인 장승도 보물로 인정받는데, 기독교 신앙유산 중에는 보물이 될 수 있는 게 없을까? 만약 우리 상도제일교회에서 100년 뒤 보물로 인정받을 게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전에는 한 번도 고민해 본적이 없는 문제이다. ‘서울미래유산’에 대해 알아보며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부끄러웠다.

우리 교회 역사가 현재 58년이 되었기에, 앞으로 42년 후인 2060년이면 100주년을 맞게 된다. 그 때의 성도들과 다음세대들에게 우리는 어떤 보물을 남겨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잠시나마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때까지 내가 상도제일교회에서 목회도 안 할 텐데 뭐.” “그때 되면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귀한 보물을 가치 없는 고물로 만든다.

이제라도 ‘미래유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성도들과 교통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되겠다. ‘상도제일 미래유산’.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찬송가 429장 후렴에도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42년 뒤든, 100년 뒤에든 그때 보물이 되려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도제일 미래유산 제1번은 과연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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