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영(CBS 방송위원)

▲ 나이영(CBS 방송위원)

최근 ‘가짜뉴스’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더니, 이제는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부터다.

이낙연 총리는 “개인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온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는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같은 가짜뉴스를 두고 한 말로 보인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 7시간 의혹’이 일던 그 때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국가의 위상추락과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물론 전자는 악의적인 사실 왜곡이고, 후자는 대통령의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같은 선상에서 다루기는 적절치 않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만 놓고 보면 ‘가짜뉴스’를 바라보는 입장은 정권을 떠나 또는 진영이 달라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것이며 강력 대처해서 없애야 한다는 입장은 한 가지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처를 하려면, ‘가짜뉴스’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간의 루머를 담고 있는 증권가 찌라시나 풍자성 뉴스까지도 포함시킬 것인가? 언론사 오보는 ‘가짜뉴스’인가? 이런 것까지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으로 처벌하려 든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가짜뉴스’(Fake News)는 남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뉴스형태의 거짓정보에 국한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가짜뉴스’보다 ‘허위조작뉴스’라는 용어가 더 맞는지 모르겠다.

여론도 ‘허위조작뉴스’처럼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노컷뉴스와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5%가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을 찬성했고, 반대는 20.7%에 불과했다.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까 우려하는 반대 여론을 제외하면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가짜뉴스’를 없애야 한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주기지가 극우 기독교세력이라는 점이다. 최근 한겨레신문은 ‘가짜뉴스 생산기지’로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을 지목했다. 그들은 주로 이슬람, 동성애, 난민 혐오 관련 뉴스를 생산했는데, 팩트체크(fact check)를 통해 허위로 밝혀진 가짜뉴스들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뉴스가 가짜가 아니며, 선교적 사명으로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인터넷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을 증거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원해 에스더측은 ‘인터넷 사역자’와 ‘미디어 선교사’들을 꾸준히 양성해 왔다. 그렇게 세워진 사역자들이 ‘가짜뉴스’를 만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극우 기독교세력과 한국교회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 비난을 퍼붓고 있고, 부끄러움은 모두 ‘우리’의 몫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가짜뉴스’ 방지를 위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에스더’를 비롯해 극우 기독교세력이 주장하는 왜곡된 ‘선민사상’이나 지나친 ‘반공이데올로기’ 그리고 ‘종북게이’ ‘종북난민’ 등으로까지 치닫는 극단적인(상식적이고 합리적 비판이 아닌) 혐오가 한국교회 주류의 건강한 신학적 고민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야 한다. 만약 ‘가짜뉴스’를 만드는 기독교세력의 사고와 행동이 한국교회의 정상적인 입장과 궤를 달리 한다면 분명하게 선을 긋고 더 이상 한국교회 안에 잘못된 거짓이 확산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경계해야 한다.

사도바울은 “가만히 들어온 거짓형제들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가 가진 자유를 엿보고 우리를 종으로 삼으려 한다”(갈2:4)며 당시 할례 신봉자들을 경계했다. 우리도 내부의 잘못된 행동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진지하게 ‘우리’ 문제로 인식하고 강력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를 향해 ‘가짜뉴스’같은 ‘거짓’이 아닌 ‘진리’로 다가가야 한다. ‘거짓’으로는 진리를 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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