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환기의 50플러스 세대와 교회의 사역 ①

▲ 오창섭 교수
(서라벌대)

50대 후반의 A안수집사. 그는 중소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겼다. 아주 신실한 분이었는데 오랜 불경기 탓에 하던 일을 접었다. 집값이 저렴한 외곽으로 이사했고 지금은 식당에서 3교대로 일한다. 근무가 불규칙하다 보니 고민 끝에 교회를 옮겼다. 어디서든 열심히 믿음생활을 하면 된다지만, 생존의 문제로 결국 섬기던 교회를 떠났다.

이제 50대에 진입한 B집사. 20년 이상 일한 직장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 대출금도 남아있고, 자녀들도 대학을 다녀야 하는 상황인데, 은퇴시점이 코앞에 닥쳤다. 불안한 마음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기도하며 맡겨보려 하지만 근심은 가시지 않는다. “은퇴 후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나?”

50대 초반의 C목사. 오랜 기간 부교역자로 섬겼지만 교회 사직 후 임지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이따금씩 알바형태로 상담을 하지만 생계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목회경력이 단절되고 보니 할 것이 없다. “어디를 가든 앞으로 10년이다. 차라리 자영업이 나을 수 있다.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으니까.” C목사는 친구가 운영하는 한방차 사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고용보고서에 의하면 40~50대 실업자는 37만8000명으로, 1999년 8월 42만9000명 이후 가장 높았다. 정말 고용이 위기다. 국가 경제를 뒷받침해 온 40~50대들이 은퇴 대열에 서고 있다. 중장년 은퇴위기는 퇴직 후 무료한 삶을 살아가는 100세 시대의 시니어 문제와 더불어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 중이다. 교회도 이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50플러스 세대들은 전환기에 서 있다. 교회 내 역할이 있고 없고는 주일 하루의 문제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 나아가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는 본질과 정체성의 문제이다. 일과 생계의 불안은 신앙에도 여파를 미친다.

50플러스 세대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 개인 차원에서 은퇴를 앞둔 50플러스 세대는 흔들리고 있다. 이들은 성실한 직장인과 가장, 교인으로서 살아 왔다. 그러나 은퇴라는 삶의 위기가 닥쳤을 때, 현실을 타계할 방법은 각자도생뿐이다. 퇴직에 따른 스트레스 관리차원을 넘어, 새로운 인생2막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교회 차원에서 50플러스 세대는 교회의 중추세력이다. 이들의 헌신과 눈물과 땀으로 부흥했다. 50플러스 세대의 은퇴와 제2의 인생에 대해 이제 교회공동체가 답할 차례이다. 십일조가 줄어드는 재정적 문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위해 제2의 인생 도전과제를 함께 찾으며, 교회도 새로운 사역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셋째, 대부분의 교회에서 중장년은 후순위이다. 교회가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하는 것과 함께 감히 어른을 터치 못하는 현실적인 고충이 있다. 그러다보니 50플러스 세대 사역은 사각지대가 됐다. 갈렙처럼 사명으로 무장하고 달려 나갈 수 있도록 교회가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대한민국 50플러스 세대에게 3R, 회복(Recovery) 재정렬(Realignment) 새 출발(Restart)이 필요하다. 여전히 생존을 위해 살아가지만 새로운 사명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 모세처럼, 그런 삶의 의미를 일깨워줘야 한다. 우리 교회는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와 이미 은퇴한 시니어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밸류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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