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가 들려주는 상도동 이야기]

가을이 되면 교회마다 세례문답이 이루어진다. 우리 교회도 세례문답 지침서를 활용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총회 학습·세례문답서 개정증보판 머리글에는 “학습, 세례, 입교가 신앙인의 기본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며 핵심적인 사안임을 감안할 때 본 문답서를 통해 주님 안에서 성숙한 그리스도인들이 양육되길 소원합니다”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유아세례와 교육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유아세례에 관한 내용은 문답서 개정증보판 54페이지 제3편 부록에 나온 3가지 문답이 전부이다. 결과적으로 유아세례는 교회들마다 각각 그 소견에 옳은 대로 시행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가장 어리고,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을 다루는데 교회마다 그냥 알아서 하라는 것은 직무유기 아닐까? 필자는 예전에 섬기던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다음세대 사역을 13년 동안 담당하다가 상도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과정을 겪으며 유아세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로 ‘나의 아이를 위한 21일 기도문 작성하기’라는 부교재를 11년째 사용하는 중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유아세례를 베풀기 3주 전에 미리 광고하여, 유아세례 대상자의 부모들을 모아 목양실에서 교육한다. 유아세례교육은 그 대상자보다도 부모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자녀를 위해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당연히 부모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의 아이를 위한 21일 기도문’을 작성하지 않는 부모는 자녀의 유아세례를 받지 못한다. 부모가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확신이다.

첫 번째 과제는 자녀를 위해 기도할 21가지의 주제를 작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앙, 건강, 지혜, 영향력, 취미, 다양한 경험, 해외여행, 결혼, 자녀출산, 직장, 단기봉사, 출장, 언어적 감각, 만남의 축복, 자원봉사, 십일조, 학생회장, 어린이집, 친구관계, 좋아하는 관심분야, 재능 등 부모가 함께 여러 주제들을 나열해본 후 하나씩 지워가며 가장 중요한 21가지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아이의 전 일생을 생각하며 깊이 묵상해야 깊이 있는 주제가 나온다.

두 번째 단계는 확정된 21가지 주제를 가지고 21가지의 구체적 기도제목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에게 유치원과 유치부에서 만남의 축복을 허락해주소서!’ ‘○○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기쁘게 하는 아이가 되게 해주세요!’ ‘○○이가 군 생활 중에 머리털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잘 마무리하게 하소서!’ ‘○○이가 월급의 10%는 하나님께, 10%는 이웃을 위해 쓰게 하소서!’ ‘○○이가 하나님 마음에 합한 배필을 만나 복된 가정 이루게 하소서!’ 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기도제목이 나와야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21일간의 기도노트 왼쪽에는 엄마가, 오른쪽에는 아빠가 그 기도문을 직접 적어야 한다. 나중에 자녀가 성장했을 때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글로 써가며 열심히 기도했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 받게 될 감동과 감사를 생각하고 정성껏 기록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기도노트에 부모와 자녀의 다양한 사진을 준비하여 부착한다. 시각적인 효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21간의 기도노트는 나중에 부모가 자녀에게 건네줘 소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지니게 한다. 맨 마지막에 붙이는 것은 21일 후 담임목사가 세례를 베푸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아이가 자신의 신앙적 출발점이 어디인지를 알도록 하는 것이다. 세례를 베푼 담임목사는 그 노트에 아이를 향한 축복의 메시지를 반드시 자신의 친필로 남겨야 한다. 기억보다 기록이 훨씬 더 오래간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나의 아이를 위한 21일간의 기도문’을 공개하는 것이다. 사실 자녀들을 위한 개인적 기도 책자이기에 그 동안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도책자를 들여다보면서 ‘좋은 것은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랑하려거나 교만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내가 누린 영적 혜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좋은 영향력을 퍼뜨려보자는 뜻에서 한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아세례교육에 대한 지난 11년 동안의 고심과 몸부림이 기도노트라는 작은 책자에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 책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당장의 가치도 있겠지만 기도노트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마치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아이들의 사진, 부모들의 친필 기도문. 가족사진, 세례를 베푼 담임목사의 사진과 축하의 글 등등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는가.

감사하게도 ‘나의 아이를 위한 21일 기도문 작성하기’가 얼마 전 한국교회정보센타(대표:김항안 목사)를 통해 예쁜 책으로 태어났다. 책자에는 필자 이름이나 상도제일교회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담겨있지 않다. 오로지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한국교회와 나누고 싶어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 ‘ww.21prays.com’로 들어가면 이 책자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히 나온다. 상도제일교회도 새로운 책자로 이번 가을 유아세례문답을 시작한다. 벌써 설렌다.

사진설명>>유아세례교육을 위해 제작한 기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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