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획] 신사참배 결의 80주년 - 산정현교회 김관선 목사 인터뷰

신사참배 회개기도, 새 희망으로 이어져야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회자인 총회장께서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는 기도회의 대표기도자로 평양노회 소속 증경총회장 길자연 목사님을 지목하던 바로 그 순간에 말입니다. 80년 전 제27회 총회에서 긴급동의안으로 신사참배 결의를 발의한 인물이 바로 당시 평양노회장 박용률 목사였습니다. 역사는 그렇게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 신사참배 결의에 대한 회개기도가 오늘날 우리의 욕망에 대한 회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관선 목사.

대구 반야월교회에서 열린 제103회 총회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총회 이틀째 회무 시작에 앞서, 80년 전 교단 선배들이 저지른 과오를 회개하는 기도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짧지만 깊은 의미와 커다란 울림을 남긴 이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한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는 ‘비겁했던 우리들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신사참배 가결을 선포하며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홍택기 총회장이 두드리던 의사봉 소리는 한국교회의 양심을 뒤흔드는 소리였습니다. 아무리 신사참배는 죄가 아니라고 강변해도 총대들의 가슴에는 그 의사봉 소리가 자신을 역사적 죄인으로 선포하는 날카로운 음성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신사참배’라는 과거를 청산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 김관선 목사에게 필생의 짐과 같은 존재였다. 그가 담임하는 산정현교회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가 섬기던 교회이다. 이와 관련해 산정현교회는 2년 전 옛 평양노회의 후신인 7개 노회들의 신사참배 과오 인정과 과거 주기철 목사에 대한 면직 결의 취소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김관선 목사에게 신사참배 참회기도회를 총회 차원에서 실시한 일은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회개하는 자리에 함께 앉아서 깊은 전율을 느꼈습니다. 총회장님께서 회개기도를 제안하며 ‘우리의 잘못된 결의는 역사에 지울 수 없는 부끄러움을 남길 수 있으니 신중하게 발언하고 논의하고 또 결의해야 한다’고 발언하시는 것을 지켜보며, 이제 우리가 무거운 역사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은 되지 못해도, 결코 죄인이 되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 김 목사의 생각이다. 부끄러운 과거를 눈물 흘려 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부끄럽고 아픈 역사를 우리 스스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신사참배를 결의하던 제27회 총회 현장에는 일본경찰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총대들에게는 그들의 존재가, 행여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그들에게 끌려가 당할 고난이 몹시도 두려웠겠죠.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감시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 일본경찰이 앉았던 자리를 어느새 우리의 욕망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면 좋겠습니다.”

‘옳고 그름’보다 ‘유불리(有不利)’를 먼저 계산하고, ‘정의’보다 ‘정치’가 우선하는 결의를 하고 있다면 아직도 우리는 80년 전에서부터 한 걸음도 더 가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김 목사는 달라지는 총회를 향한 새로운 희망을 본다.

끝으로 김 목사는 80년 전의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던 총회 현장 모습이, 주기철 목사의 묘비 앞에서 기도하던 임원들의 모습이 한낱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기를 소망했다. 총회 기간 내내 외친 ‘변화’와 ‘희망’의 가치가 생생하게 구현되는 한국교회를 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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