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광민 목사(생명나래교회, 기독교통일전략연구센터장)

▲ 하광민 목사(생명나래교회, 기독교통일전략연구센터장)

4월 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과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9월 18~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미래가 요동치고 있다. 올해 내로 남북미중, 4개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이 추진되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는 적어도 분단체제를 정치적으로 종결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역시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통일선교는 두 번의 중요한 변화를 겪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처럼,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가 통일선교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첫 번째 변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였다. 햇볕정책을 기본으로 남북교류를 활성화 한 그때에 많은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탄생했고 사역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에 닥친 자연재해로 많은 주민이 굶어죽었고, 수많은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중국과 제3국으로 탈출했다. 인도적 지원단체들은 ‘고난의 행군’을 하던 북한과 직접 접촉하며 사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급랭했다. 금강산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는 파탄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발표한 5.24조치로 사실상 직접적인 대북지원이 끊겼다. 박근혜 정부 역시 ‘통일대박’을 외쳤지만 실체는 없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실험이 이어지며, 정부는 마지막 통로였던 개성공단마저 중단했다.

직접적인 대북지원이 금지당하며 인도적 지원단체들이 고사하던 이 시기, 통일선교는 두 번째 변화를 모색했다. 바로 탈북민을 매개로 한 사역이었다. 북한과 직접 접촉할 수 없게 된 후, 탈북민 사역이 떠올랐다. 탈북민 교육과 정착 사역, 남한 주민(성도)과 탈북민이 공동체(교회)를 일구는 사역, 탈북민을 향한 통일선교교육, 탈북민과 함께하는 통일기도회 등을 펼쳤다.

탈북민 사역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처음으로 북한 주민을 직접 대면하면서 북한의 체재와 사상, 생활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교회는 통일 이후 북한 교회를 재건할 미래 선교사로 준비시킬 수 있었고, 남과 북의 성도들이 함께 예배드리며 통일 이후 한반도의 교회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남북관계가 급변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새로운 차원의 남북교류와 협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남북의 직접 교류가 활성화 할 경우, 현재 탈북민 사역 중심의 통일선교 역시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벌써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민이 급감하고 있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탈북민대안학교 등 교육사역, 탈북민교회 같은 공동체사역도 위축될 것이다. 현재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의 설 자리도 크게 좁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과 직접 사역을 하게 됐을 때, 탈북민 사역 자체가 외면 받을 수 있다.

대북사역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교회는 가장 먼저 탈북민을 끌어안아야 한다. 탈북민은 어느 종교보다 기독교(41.7%)를 신뢰하고 있다. 불교(10.1%)나 가톨릭(9.5%)보다 압도적이다. 상황이 변했다고 저들을 배척하면, 탈북민들과 한국교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교회는 탈북민을 남북 평화와 교류의 디딤돌로 여기고 새로운 통일선교의 방향을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 정부에 탈북민을 난민처럼 존재를 인정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 북한을 떠난 탈북민의 상황을 변호하고, 남북 정부가 정치적 외교적으로 저들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탈북민 역시 실향민이고 이산가족이다.

지금 한반도는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 맺지 못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족의 미래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그동안의 대립구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의 통일선교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그 변화는 탈북민과 함께한 통일선교의 새로운 모색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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