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도르트신경 400주년 ⑨도르트신경과 교리설교 방법

도르트신경 교리 설교의 주된 목적은 신본주의 구원론에 대한 분명한 신앙과 이신성화의 삶을 촉진시키는 것

1. 교리 설교의 목적은 성화의 삶을 안내하는 것이다.

▲ 이승진 교수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 설교를 소통(communication)의 관점에서 이해할 때, 설교자는 설교 메시지의 전달 과정에서 소통의 3요소인 내용과 형식, 그리고 목적의 3가지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설교의 신학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목회적인 목적을 의식해서 그 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수사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도르트신경에 관한 교리 설교의 최종 목적은 이 신경에 관한 조직신학 관점의 지식을 신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회중 사이에 이미 맺어진 영원한 언약을 설교라는 ‘말씀-사건’으로 새롭게 갱신하고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추구하는 성화의 삶을 인도하는 것이다. ‘말씀-사건’(Word-Event)이란 설교가 성경 본문의 의미를 해설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설교를 통하여 신자들이 살아계신 인격체 하나님과 마주하여 만나고 그 분 앞에서 자신의 죄인됨을 깨닫고 회개하며 더욱 주님만을 붙들고 살기로 결단하도록 유도하는 언어적인 소통 사건을 말한다.

도르트신경의 내용을 신자들에게 교육할 때에는 신경의 내용을 개혁주의 조직신학이나 구원론의 관점에서 잘 설명해서 그들이 잘 납득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도르트신경을 활용하여 교리 강설을 할 때의 주된 목적은 반항론파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도르트신경의 공표를 통해서 분명하게 재정립하려고 했던 신본주의 구원론에 대한 분명한 신앙과 이에 근거한 이신성화(sanctification by faith)의 삶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도 거듭 확인된 것처럼, 항론파 목회자들이 아르미니우스의 구원론에 기초하여 개혁주의 표준문서를 설교하기를 거부하며 네덜란드 정부에 항의서를 제출했던 배경에는, 창세 전 하나님의 예정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성화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저항하여 최종적으로 유기되는 가능성을 신학적으로 조화시켜서 해명해 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신자의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른 범죄와 타락 그리고 유기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조화시켜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 항론파들이 내린 결론은 “신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은혜에 저항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유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론파의 주장이나 설교 속에는 성화의 과정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조명의 중요성 이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의 역할을 지나치게 긍정하는 문제점이 있다. 신자의 신앙생활과 성화의 성패는 곧 신자 편에서의 의지적인 선행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다.

오늘날 장로교회에 출석하여 세례를 받은 신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얻은 구원의 확실성을 창세 전 예정이나 그리스도의 보혈의 공로, 그리고 성령 하나님의 내주하심과 세례와 성찬에 참여하도록 섭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하심, 그리고 신앙생활 과정에서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신자 자신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하심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여전히 변화되지 못하고 죄악의 유혹을 받거나 또는 종종 넘어지는 자신(또는 다른 신자들이나 목회자들)의 연약한 의지나 범죄하는 모습 속에서 신자의 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의 확신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도르트신경에 관한 교리 설교의 목적은 신경의 내용을 조직신학의 관점에서 자세히 해설하는 것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신자가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성화의 과정을 밟아가도록 안내하는 것임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2. 회중을 구원의 서정 중에 있는 하나님 나라 백성들로 간주하라.

도르트신경에 관한 교리 강설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중요한 조건들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은 설교자가 설교를 듣는 회중 전체를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들로 확정하는 것이다. 설령 그들 중에 일부가 여전히 죄를 범하고 사도 바울이 ‘육신에 속한 자들’(고전 3:1-3)이라고 책망했던 부류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더라도 설교 메시지에서는 신자의 최종적인 구원의 여부가 그리스도의 보혈에 대한 분명한 믿음과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성령의 강권적인 인도하심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신자의 의지와 노력 여부에 최종적으로 달려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도르트신경을 효과적으로 설교하여 이 신경이 추구하는 목회적인 효과를 달성하려면, 그 설교자와 설교 메시지의 저변에는 도르트신경이 염두에 두고 있는 신자에 관한 구속 역사적인 시각이 확보되어야 한다. 도르트신경이 염두에 두는 신자는 삼위 하나님이 절대 주권으로 주도하시는 구원의 서정(ordo salutis)의 전체 과정이 반드시 실현되는 대상이다.

도르트신경은 항론파의 잘못된 견해를 반박하면서 성경적인 구원론을 확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신자의 성화의 과정에서 부딪힐만한 대표적인 질문들에 응답하려는 목회적인 목적이 깔려 있으며, 그러한 목회적인 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성경적인 논리의 형식 또는 내러티브 구조를 일관성 있게 갖추고 있다.

① 인간론에 대하여 알미니안 구원론은 부분 타락과 잔존하는 가능성을 긍정하려는 입장을 취한다면, 도르트신경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자력 구원의 불가능성을 확인한다. ② 성부 하나님의 예정에 대하여 알미니안 구원론은 신자가 앞으로 믿을 가능성이라는 조건에 근거한 선택을 주장한다면, 도르트신경은 무조건적이고 은혜의 예정을 확인한다. ③ 기독론과 관련하여 알미니안 구원론은 보편 속죄를 주장한다면, 신자들만을 위한 제한 속죄를 주장한다. ④ 신자와 교회에 대하여 알미니안은 자유의지로 은혜를 거부하여 타락할 가능성을 인정하는 반면에 도르트신경은 신자 편에서의 불순종보다 말씀을 통해서 전달되는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역사가 더 강력함을 주장한다. ⑤ 마지막으로 신자의 성화와 관련하여 알미니안은 타락과 지옥행을 인정하나 도르트신경은 이보다 더 강력한 성령의 역사로 신자 편에서의 인내와 헌신의 삶을 확인한다.

지역 교회에서 도르트신경을 설교하여 이 신경이 추구하는 목회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면, 목회자/설교자는 설교를 듣는 회중을 구원의 서정을 밟아가는 하나님 나라 백성들로 간주해야 하며, 이들의 ‘이신성화’의 과정을 장기적으로 안내하려는 거시적인 목회 철학과 설교 계획을 세워야 한다.

3. 도르트신경을 ‘비참-구원-감사’의 형식으로 설교하라.

도르트신경에 관한 교리 설교의 목적이 교리적인 설명이 아니라 신자의 성화를 촉진하는 것이라면 설교 형식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형식을 취해야 한다. 도르트신경이 추구하는 목회적인 목적 달성에 효과적인 설교 형식과 관련하여 ‘팔츠 교회법’(The Palatinate Church Order, 1563)은 모범적인 선례를 제시한다. ‘팔츠 교회법’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서를 교육하는 개혁파 교회 목회자들/설교자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효과적인 설교 방안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다. 팔츠 교회법은 설교가 신자들에게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영생을 올바로 전달하여 그들이 구원을 얻는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이끌기에 효과적인 수사적 전략으로 ‘비참-구원-감사’의 내러티브 구조를 제시하였다. 팔츠 교회법은 그 교리의 내용을 비참-구원-감사의 논리 형식을 따라서 제시할 때, 그 교리가 추구하는 목회적인 목적 즉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영생의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알미니안 설교와 개혁주의 설교의 공통점은 모두 다 현재 상황을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진단하고 또 하나님의 구원과 그리스도의 속죄 그리고 성화의 삶을 언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은 이러한 주제들을 배열하는 플롯의 패턴과 구조다. 알미니안 설교에도 현재 상황에 개선책이나 대안이 필요한 문제 상황으로 언급하면서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에서 해답으로 진행하는 설교 전체의 터닝 포인트는 결국 신자 편에서의 적극적인 의지와 결단, 그리고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에 달려 있다.

반면에 개혁주의 설교에서 문제에서 해답으로 진행하는 반전의 열쇠는 성부 하나님의 절대 주권적인 구원 계획(예정)과 그 예정대로 구속 역사를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 승천, 성령 하나님의 강림과 새언약의 완성, 교회의 탄생과 성장, 신자 속에 내주하시며 그리스도의 주권을 실행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강권적인 역사와 신자 편에서의 인내로 이어지는 그리스도 중심의 구속 역사에 관한 말씀이다.

① 서론에서 인간의 범죄와 타락에 따른 ‘비참’의 문제를 제기하라. 알미니안 설교의 출발점은 인간의 전적인 부패와 타락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 아니라 청중을 위한 하나님의 예비된 사랑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다. 반면에 제한 속죄에 관한 교리 강설은 청중을 자신들의 범죄와 죄악에 노출시키고 여기에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성부 하나님의 선택과 유기’에 관한 교리를 효과적으로 설교하려면, 설교 서론에서는 신자들 편에서 이 주제와 관련하여 고민함직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알미니우스의 잘못된 입장을 그대로 소개하거나, 신자들이 겪는 고난이나 불신앙의 원인을 하나님의 무관심이나 유기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를 지적하는 것, 또는 신자 자신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이유를 자신의 노력과 선행 때문이라고 자만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② 본론에서는 삼위 하나님의 절대 주권적인 구원에 관한 복음을 선포한다. 설교 본론에서 선포되는 구원에 관한 복음은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에 성경적인 해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론에서 ‘성부 하나님의 선택과 유기’에 관한 알미니우스의 잘못된 입장을 제시했다면, 본론에서는 하나님께서 신자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미리 선택하시고 예정하신 근거는 우리 인간의 선행이나 노력에 달려 있지 않고 전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공로에 근거하여 선택했음을 다각도로 논증하는 것이다. 만일 신자가 미리 예정된 이유나 근거가 신자 편에서의 어떤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은총을 누리기 이전의 인간의 부패와 타락의 실상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절대적으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교 본론부에서는 타락한 인간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노출하여 청중으로 하여금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나 선행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③ 교리 강설의 후반부에서는 범죄한 죄인을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구원에 대한 신자 편에서의 적극적인 반응(ex. 감사, 찬양, 헌신)을 신자 속에 내주하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의 관점에서 제시해야 한다. 설교자가 적용사항들을 제시할 때 신자 속에 내주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인도의 관점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적용사항들이 자칫 인간 중심의 공로나 적극적인 의지를 강조하는 뉘앙스를 띌 수 있다. 따라서 설교자는 설교의 결론부에서 청중에게 적용사항들을 제시할 때 신자 속에 내주하시는 성령 하나님께서 성화의 과정 중에 있는 신자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거룩한 의지를 자극하시고 이를 달성하도록 감동하심을 먼저 납득시켜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