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의 상도동 이야기]

필자가 서울 상도동에서 목회하는 목사임을 새삼 확실히 깨달았다. 지인들로부터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목회하는 친구는 상도유치원이 무너졌다는데 교회는 괜찮은지 안부를 물어왔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후배는 상도유치원이 상도제일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인줄 알았다며 급히 연락해왔다.

밝혀두자면 상도유치원과 상도제일교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두 기관 다 상도동에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고, 상도유치원이 무너졌다는 것도 현실이며, 이 때문에 상도동에서 목회하는 필자의 마음이 아픈 것 또한 사실이다.

상도유치원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 4동에 있는 공립 단설유치원이다. 2014년 3월에 문을 열었고,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높이에 교실 8개와 실내외 놀이터 그리고 조리실과 급식실이 있으며, 어린이 122명과 교사 15명 교직원 10명이 생활하는 기관이다. 이런 시설에 2018년 9월 6일 23시 22분, 건물이 10도 정도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도유치원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반침하로 알려졌다. 바로 옆 신축빌라 공사장에서 연면적 약 283평 규모로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6개동 49가구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주변 지질이 취약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이 이 사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붕괴위기에 놓인 상도유치원. 기본을 소홀히 했을 때의 결과가 바로 이렇다.

그런데 유치원측은 2018년 3월 31일부터 위험하다고 판단해 동작구청에 안전조치를 건의했지만 묵살 당했고, 사고 하루 전날 안전조치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설계감리자는 붕괴하루 전날 "공사현장이 안전하며, 옹벽의 벌어진 틈도 허용오차 범위(70mm)에 있어 앞으로 건물 변이가 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다음날 지반이 무너졌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잊을 수 없는 성수대교 붕괴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재연된 것이나 다름없다.

5개월 전 상도유치원 의뢰로 건물 안전진단을 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그 지역 지반이 편마암인데 단층이 무너지게 돼 있었다. 그래서 굴착하면 붕괴된다며 관계기관하고 협의하라고 리포트까지 써줬다”면서 그게 시정이 안 돼 결국 붕괴 되었고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주차장 지반 붕괴하고 똑같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인재다. 사람 때문에 생긴 재앙으로 사람이 피해를 본다. 이번에는 피해자가 어린아이들이기에 더 가슴이 아프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말미에 나오는, 반석위에 집을 지은 지혜로운 사람에 관한 유명한 비유가 생각난다. 이 비유의 핵심은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행함의 차이다. 마태복음 7장 24절에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와 26절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두 사람 다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렇다면 지식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작구청과 설계 감리자들의 전문지식 수준은 유치원 교사나 주민들과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행함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건물이 붕괴된 것 아닌가?

필자는 혈압에 문제가 있어서 뉴스에 혈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해 듣는다. 어떤 음식은 먹고 어떤 음식은 피하고, 겨울에는 아침에 운동금지, 운동하고 나올 땐 반드시 머리 부분을 보호해주라는 등등의 지식을 듣고 진짜 행하는 것이다. 행하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돈, 시간, 몸도 반응해야 한다. 어떨 땐 굉장히 귀찮다. 그래도 해야 한다. 알고는 있는데 안하면 죽는다. 그래야 산다. 이것이 바로 지혜이다. 지식은 알고 있는 것이고, 지혜는 행하는 것이다. 간단한 차이 같지만,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 여기 달려있다.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25절과 27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친다’는 것이다. 둘 다에게 고난이 있다. 핵심은 견딤의 재료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견디는 재료는 ‘반석’이다. 지반이 튼튼해야 한다.

앞서 보았듯이 상도유치원의 붕괴는 비 때문이 아니라 지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잘 견디도록 지반을 다지고 공사를 했어야 했는데, 왜 공사업주는 그 지적을 듣지 않았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성도들과 다음세대들에게는 성경이 지혜의 책이라고 그렇게 강조하고 들을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왜 성경을 지식수준으로 낮추고 성경에서 말씀하는 것을 듣지 않을까?

상도유치원이 무너진 이유를 모든 국민이 궁금해 한 것처럼, 작금의 시대와 신앙현실에 대해서도 하나님은 궁금해 하시지 않을까? 상도유치원 사건을 통해 또 하나의 지식을 쌓는 것은 의미가 없다. 깊이 있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