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총회 주제는 ‘변화하라’였다. 교회의 희망으로, 민족의 희망으로 변화할 것을 강하게 천명하며 시작한 제103회 총회는 그 시작부터 파회까지 변화와 성숙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총회 둘째 날인 9월 10일 80년 전의 신사참배 역사를 회개하는 시간은 앞으로 총회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1938년 9월 10일 조선예수교장로회 제27회 총회가 만장일치로 결의한 신사참배 결의문은 한국장로교 역사에서 가장 큰 오점이며 수치였다. 그 어려운 시대에도 하나님과 말씀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수많은 순교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한국장로교는 그날의 결의를 공개적으로 회개하지 못했다. 어떤 핑계를 대든 회개하지 못한 것 그 자체가 수치이며 오점이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외면하고 자신을 합리화하기 급급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일은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신사참배 이후에도 한국교회는 성공과 성장에 급급해 미군정에, 독재정권에, 민주화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정부와 재계에 영합해 빛과 소금으로서 역할을 잃어버리고 세간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제103회 총회는 타협과 불복을 되풀이하며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는 대신, 하나님의 진리와 가르침에 따라 공개적으로 80년 전의 선배들의 실수를 회개하고 변화의 길로 나아가기를 택했다. 제103회 총회에서 총대들이 함께 신사참배를 회개한 역사는 오래도록 신앙의 후손들에게 기억되며 자신의 부끄러움을 담대히 회개하며 빛과 소금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추동력이 될 것이다.

제103회 총회는 파회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 우리 교단이 교단 안팎으로 어떠한 행보를 해나갈지 전국의 목사와 장로, 평신도 모두 자신의 일처럼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그리고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청지기의 사명에 충실하자.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