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주도하는 ‘기획 발언’ 개선 요구 잇따라 … “합리적 결의 막아”

2008년에 열렸던 제92회 총회에서 총 250회의 발언이 있었다. 이 가운데 1명의 총대가 무려 29번이나 발언을 해 최다를 기록했고, 10회 발언자가 3명, 3회 이상 발언자가 30명이나 되었다. 이러한 통계는 지난 2009년 제주도에서 열렸던 제93회 총회에서 당시 총회장이었던 최병남 목사가 지난 총회의 영상자료를 분석한 후 공식 석상에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발언기회를 골고루 부여해 공정한 결의를 이끌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총회 기간 발언대의 소수 독점, 다시 말해 특정 소수가 발언을 잠식하는 현상은 개선되었을까. 이후 발언 횟수에 대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의 반응을 보면 발언 독점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최근 5개 권역에서 이뤄진 총회준비위원회의 소통투어에서 가는 곳마다 소수가 주도하는 발언 독점 개선 요청이 봇물을 이룬 것만 봐도 그렇다.

일각에서는 복수의 총대가 지적하듯, “모든 총대들이 현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소 총회 일에 관심을 가진 자들이 발언을 하고 대안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현실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왔듯이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인사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상세하게 발언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기획발언’ ‘발언자 매수’ ‘발언 브로커’ ‘기획총회’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온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실제 정치적 입지를 갖추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인사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을 요청하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한다는 소문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 나오고 있다.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의 <2014 교단총회 참관단> 보고서에 주요 교단별 발언자의 발언시간과 횟수에 대해 분석한 자료가 있다. 이 보고서에는 예장통합은 발언시간 및 횟수제한을 회의시행세칙에 명시해 놓고 있으며, 사전에 충분하게 설명을 한 후 3분 발언을 초과할 때는 마이크가 차단되고, 제한시간 30초 전부터는 PPT화면으로 타이머가 나오는 등 행정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장합동은 총회장이 발언권에 직접 개입해 시간제한을 하고 제한시간이 지나면 마이크를 끄는 형태로 진행했다고 기록했다.

현재 통합교단은 발언제한 관련해 기본권 제약 우려로 회의세칙에 삽입하지 않았지만, 총회 첫날 배포하는 안내서에 한 안건당 3번 이상 발언 자제를 당부했다. 또 한 사람 발언이 많다고 느낄 경우 총회장이 안내서를 언급하며 자제를 요청하고, 예민한 안건의 경우 총회장 재량으로 찬성 반대 각 3인의 의견만 듣고 바로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소통투어에 참가했던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소수의 발언 독점은 여론을 호도하고,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흐리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대로 된 결정을 하지 못하면 총회 파회 후 잘못된 결의로 인해 1년간 총회가 혼란과 소란에 휩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발언 독점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지난 소통투어에서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발언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해야겠지만, 1인 발언시간 2분 이내, 한 사안에 대해 2회 이상 발언 제재, 1일 2회 이상 발언 금지 등의 원칙을 세워야 소수에 의한 발언 독점 병폐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제도적으로 발언 독점을 방지할 수 없기 때문에 총회현장에서 총대들이 의지를 갖고 발언 독점을 막는 결의를 선행적으로 해야 한다. 발언 독점을 막으면 원활한 회의뿐 아니라 다수의 의사가 반영되는 합리적인 결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소위 발언 브로커의 활약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 또한 거둘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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