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건 목사(서울 재현고등학교)

▲ 정동건 목사(서울 재현고등학교)

총회교목회 안에는 타교단 교목회에는 없는 독특한 소그룹이 하나 있다. 바로 ‘수업연구회’다. 수업연구회에서 하는 일은 간단하다. 자신이 수업했던 자료를 들고 와서 직접 다른 교목들 앞에서 시연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교목들은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그 수업을 듣고 학생들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수업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와 같은 질문과 토론이 오간다. 이렇게 시연이 끝나면, 자신이 준비한 수업자료를 공평하게 나눈다. 수업용 프린트물, 주제제기 영상, PPT, 실물 교구 등 다양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자료들이 공개된다.

교목은 목사이기도 하지만, 교사이기도 하다.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수업이다. 수업이 부실하면 그 교사는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늘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이 말은 교목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한 반에 35여 명의 학생들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서 기독교인은 15퍼센트, 많아야 7~8명이다. 불신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다. 그 아이들에게 교목들은 과연 어떤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할까?

일단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아무래도 변증의 요소가 강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청소년들은 기독교를 대단히 비판하고 불신하고 있다. 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이 저지른 비리가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고, 그들의 눈에 교회는 억지를 주장하는 집단처럼 보인다. 오해도 많다. 게다가 쾌락이 삶의 첫 번째 가치로 자리잡아버린 시대다. 그 아이들에게 성경에 입각한 건강한 세계관을 소개하는 변증도 필요하고, 십자가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구원도 필요하다. 또한 각론도 필요하다. 어떤 말을 하며 살아야 할까?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님께서는 이웃을 어떻게 대하기 원하실까? 이런 다양한 문제들을 성경 텍스트를 통해 풀어주는 작업은 그래서 생각보다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있다.

1학기 마지막 수업 주제로 “10만원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업 구상하기”를 진행해 보았다.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 15:11)는 신명기의 말씀을 대전제로 읽고 간단히 설명을 해준 후, 조별 토론을 진행했더니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아이들은 성경의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들의 하나님이심을 배워가고, 그 하나님께서 이웃을 몸으로 섬기라고 하신 말씀을 배운다. 복음서 수업을 통해서는 우리의 구원자 되신 예수님을 배우게 되고, 잠언을 통해서는 바른 언어생활을, 데살로니가전후서를 통해서는 건전한 종말신앙을 배우고 일상에 충실하라는 말씀을 배운다. 그리고 그냥 수업할 수 없기에 다양한 간식을 준비해서 열심히 참여한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그래서 교목실에는 늘 초코파이 박스가 쌓여있고, 냉장고에는 음료수가 채워져 있다.

우리 아이들이 예수님을 알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세상을 거스르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 꿈이 있기에 오늘도 수업을 준비하며 밤을 새는 일이 힘들지 않고, 캔디와 초코파이를 주문하는 지갑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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