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수 년 전에 지방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에게 전화를 받았다. 목사님께서는 교회음악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일부러 전화를 주셨는데, 질문 내용은 ‘예배 시간에 <You Raise Me Up>을 불러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 문제로 교회 안에서 좀 논란이 되자 결국 필자에게 문의를 하게 된 것이다.

<You Raise Me Up>은 브렌던 그레이엄(Brendan Graham)의 가사에 2인조 음악 그룹인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롤프 뢰블란(Rolf Løvland)이 곡을 붙인 노래다. 2002년 출시된 시크릿 가든의 <Once in a Red Moon>이라는 앨범에 포함되어 있었던 이 노래는 그 후 여러 유명 가수들과 음악 그룹들에 의해 불렸으며, 2004~2005년경부터는 대중음악과 CCM 양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본래 세속 가요였던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소향(김소향), 소울(SOUL, 김상미) 등 CCM 가수들에 의해 기독교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리하여 그것은 자연스럽게 기독교인들에게 하나의 CCM 곡으로서 인식되었으며 점차적으로 교회 안에서도 불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앞서 언급했듯이 ‘예배 중에 이 노래를 과연 불러도 되느냐’는 논란이 교회 현장에서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우선 그 문제를 교회음악사적인 전통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교회음악의 역사는 세속적인 음악을 하나님을 찬양하는 데에 사용한 예들을 많이 보여준다. 예컨대, 세속적인 선율에 기독교적인 가사를 붙여서 사용한 소위 ‘콘트라팍툼(contrafactum)’의 예들이 많다.

현행 한국 찬송가만 보더라도, <애니 로리(ANNIE LAURIE, 493장)>나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280장)>과 같은 민요 선율을 사용하거나,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HYMN TO JOY, 64장)>나 하이든의 <황제 찬가(AUSTRIAN HYMN, 독일의 국가, 210장)>와 같은 세속적인 고전음악 선율을 사용한 찬송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찬송가들 역시 예배 시간에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세속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음악이라는 이유만으로 예배 시간에 그것을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는 모든 음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개혁주의는 인간의 죄로 인해 더러워진 모든 음악을 그리스도 안에서 성결하게 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할 것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세속적인 음악이라 하여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하나님의 실제적인 역사(役事)를 간과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You Raise Me Up>의 경우, 기독교인들은 그 가사에서 ‘you’를 ‘하나님’으로 해석하여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께서 나를 높이 일으켜 세우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럴 경우 그것은 신앙적으로 참으로 커다란 위로와 격려가 된다. 그리고 어떤 성도들은 실제로 그 노래를 통해 심령이 다시 회복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게 하나님께서 그 노래를 통해 조금이라도 역사하시고 그것을 사용하신다면, 우리가 그것을 예배에서 어떻게 금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어떤 음악이든지 다 예배에 수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성도들의 수용도이다. “그런즉 너희의 자유가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전 8:9). 이 말씀대로 음악이 누군가를 신앙적으로 결코 넘어지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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