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목사가 들려주는 상도동 이야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2018년 2월 8일 강릉아트센트와 2월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있었고, 이에 대한 답방형태로 남북평화협력 기원 평양공연이 4월 1일 동평양대극장과 4월 3일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이루어졌다. 두 공연 다 마지막 노래는 동일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말 그대로 감개무량이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쪽박이라고 한다.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가 쪽박 찰 통일을 기대하겠는가? 다 좋은 의미의 통일 대박을 바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바라기만 한다. 하지만 준비 없는 통일은 결국 엄청난 갈등만 갖고 올 것이다. 필자가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가 “준비하기를 실패하면 실패하기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표현이다. 왜 실패하는가?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이 대박이냐 쪽박이냐의 기준은 ‘준비’이다. 준비되면 대박, 준비 안 되면 쪽박!

과거 총신신대원을 다닐 때 한 반에 누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 학생들이 많았다. 많은 학생 수에 대해 불평을 하면 교수님들이 늘 하셨던 말씀이 “통일이 되면 수많은 교역자들이 필요하기에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수긍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작 통일에 대해 들었던 과목은 하나도 없다. 지금도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뿌린 것이 없으니 거둘 것이 무엇이겠는가?

▲ 숭실대일반대학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의 인재상.

태어나서 처음 듣는 학과가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에 생겼다.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이다. 2016년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설립된 석박사 과정이다. 기독교 인재 양성에 힘써온 행정학과, 법학과, 기독교학과 등 3개 학과가 협동과정으로 일반 대학원에 신설했다. 통일이라는 주제가 복잡하고 종합적인 사안이기에 세 학과 외에도 정치외교학과, 경제학과 등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설립목적은 ‘기독교 정신으로 통일국가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적 지도자를 양성하며, 통일 이전에는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며, 통일 시대에는 남북한 복음화와 사회 통합을 이루어 기독교 가치가 실현되는 통합국가를 세우는데 기여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핵심은 통일 이전의 준비다. 눈에 띄는 과목 하나가 있는데 명칭이 ‘김정은 리더십 연구’이다. 그 개요는 이러하다.

“북한 체제는 지난 70년 역사를 통해 ‘수령의 유일사상과 수령의 유일영도 체계’를 구축해 왔다. 현재의 북한은 수령을 위한, 수령에 의한, 수령의 체제로 규정할 수 있다. 이 과목을 통해 북한의 제반 정책들이 수령인 김정은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고 집행되는지 실제의 사례들을 통해 연구함으로써 북한체제의 근간을 이해한다.”

현실 감각이 굉장히 탁월하다. 이처럼 통일에 관한 과목들을 실제적이면서 더불어 기독교적 안목으로 준비한다면 결코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에는 현재 65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재학 중인데, 그중에 36명이 목회자들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탈북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이 남다른 점은 북한이 열리면 바로 찾아가서 동포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딱히 갈 곳이 없는데 스펙을 위해 어느 대학원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지원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이 학과에 지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36명의 목회자들이 북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미래에 바라는 것을 현재 이루어가고 있는 믿음의 일꾼들이다. 선교사로 나가려고 하는 후배가 있기에 물었다. ‘너 그 나라 언어로 대화는 할 수 있냐? 설교는 할 수 있냐?’ 대답은 ‘목사님, 그것은 가서 배워야죠…’였다. 그럼 한국에서는 무엇을 준비한다는 말인가? 언어는 현지에 가서 배워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다. 미리 준비하면 현지에서 바로 실전에 사용할 수 있다. 시간과 물질과 눈물을 줄일 수 있는 길은 바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풍부한 정보를 가진 인터넷 환경을 지니고 있으면서 왜 그냥 기도만 하고 있을까? 기도 무용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기도와 함께 준비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통일을 위해 일하고 싶다면, 북한 땅에 복음을 전하려 한다면 지금 준비하라. 이미 36명이 먼저 출발했다. 뒤쳐졌다고 포기하지 말라. 나보다 앞서간 이들 때문에 더 감사하게 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여러분이 간 길이 통일의 발자국이 될 것이다. 이 말을 마음에 새기라. “하나님은 준비 안 된 사람을 실수로 쓰신 적이 없고, 준비된 사람을 실수로 쓰시지 않으신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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