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섬김 사역에 힘쓰는 프랑스 허은선 선교사

미술 유학 중 신학 … 다양한 전시회 통해 재정 마련, 희망 전해

소피(Sophie)가 모임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들어섰을 때, 그 노인은 몇 시간 전 모습 그대로 죽은 듯 누워있었다. 섬뜩한 기분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다행히 의식이 있었다. 얼른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사와서 노인에게 먹였다.

▲ 허은선 선교사가 8월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뱃속에 나비’ 개인전을 개최했다. 허 선교사는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 협력선교사로, 한국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공부할 당시 홍문수 목사와 제자와 스승으로 만났다.

노인은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노인을 병원에 데려다 치료를 받게 했고, 그 후로 소피는 노인과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울고 웃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는 노인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30년 가까이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 하루 빨리 죽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소피가 나타나 그 소원을 방해했다며, 어느 누구도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는데, 소피는 왜 자꾸 자기 이름을 불러주냐며 울었다.

소피의 한국 이름은 허은선. 1993년 프랑스 파리로 미술 유학을 갔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신학을 공부했고, 이후 아가페 프랑스(프랑스CCC)에서 풀타임 선교사로 파송 받아 사역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파리 시내에만 8000명의 노숙자가 있고, 난민까지 합치면 3만여 명이 집이 없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선교사는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고 양육한 대학생들과 함께 매주 노숙자들을 찾아가 섬기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노숙자들을 구원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 무작정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노숙자들이 그동안 수도 없이 복음을 들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금 늦더라도 먼저 친구가 되어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면 그들 스스로 변한다”고 확신했다.

노숙자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노숙자들도 다반사. 1년을 찾아가도 친구가 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노숙자들도 친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거부를 당하더라도 인내하며 기다려주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노숙자 사역은 그와 동역하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도 큰 가르침이 된다. 그는 대학생 제자들에게 “복음은 삶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직접 실천해볼 것을 권면하고 있다. 노숙자 사역이야말로 그와 제자들에게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 15:13)란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노숙자 섬김은 떡이 필요한 사역이기도 하다. 그는 기회가 되는 한 노숙자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샌드위치를 만들고, 음료수를 준비한다. 가족 생활비를 아끼고, 선교 후원금을 거의 전액 투자하면서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마련하지만, 그러나 재정은 늘 빠듯하다. 한번은 돈이 한 푼도 없어 대학생들에게 헌금 바구니를 돌렸는데, 모인 헌금은 7유로가 전부였다. 고민 끝에 고급 인스턴트커피를 사서 보온병에 담아가 노숙자들에게 먹였다.

“배고픈 것을 뻔히 아는데, 그들에게 커피 밖에 줄 것이 없어 너무 미안했어요. 특별히 난민들에게는 아기 기저귀와 분유가 많이 필요한데, 그들을 도울 길이 없으니 안타깝죠.”
그는 노숙자 사역, 캠퍼스 제자 양육과 함께 미술을 통한 문화선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특기를 살려 ‘아가페 아트’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파리에 있는 예술가들과 만나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전시회를 마련한다.

그는 작품 활동 겸 선교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뱃속에 나비’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연데 이어, 10월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살롱 도톤느’ 전시회에 초청돼 작품을 전시한다. 살롱 도톤느는 마티스, 샤갈, 로댕, 르느와르, 세잔느, 샤갈, 피카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출품했던 전시회다.

“작품이 판매되면 선교 후원 계좌로 입금을 부탁드리고 있어요. 파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적인 도시로 보이지만, 안으로는 노숙자들이 희망을 잃고 수백명씩 자살을 하고 있어요. 많은 노숙자들이 ‘소피, 살려줘’라고 말하는데, 그들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울 뿐이죠.”
(sophiegreg23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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