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 경험 나누길 원해 … 비자발적 철수 한국선교사 러시아 재배치 ‘환영’

동서선교연구개발원 러시아 목회자 설문조사

선교사 주도적 선교에서 선교 현지 교회와 더불어 연합하고 협력하는 ‘동반자 선교’로의 선교적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동반자 선교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한국 선교사 재배치 가능성까지 진단한 연구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끈다.

동서선교연구개발원 한국본부(대표:이대학 선교사)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선교사들이 함께 연구조사해 발표한 ‘한국 선교사와 러시아 교회의 동반자 선교에 대한 연구’ 논문이 그것이다. 연구조사 대상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 튜멘, 케메로보, 톰스크 등 시베리아 5개 지역 현지 교회의 현직 노회장들과 목회 경험이 풍부한 중견 목회자들로, 이들은 한국인 선교사들의 러시아 선교 사역에 대한 견해, 비자발적으로 선교지 이동을 하게 되는 한국 선교사들과의 협력에 대한 생각들을 피력했다.

먼저 러시아 목회자들은 1990년 이후 러시아에서의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 사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 선교사들이 복음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고, 하나님과의 신실한 관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현지 교회와의 협력과 지도자들과의 소통, 교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역 평가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한국 선교사들이 러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음 전도와 교회 개척 사역을 하면 좋겠다는 응답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 선교사가 현지 교회와 협력해 사역하는 ‘동반자 선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반자 선교는 한국 선교의 당면과제인 ‘선교사 재배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은 러시아 현지 교회 예배 장면.

한 목회자는 “한국 선교사들이 러시아인을 전도한다는 것은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직접적으로 응답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교사들에게 앞으로는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사역은 러시아 현지 교회와 사역자들에게 맡기고, 러시아 교회와 협력하여 동반자적 사역을 하면서 사역 경험 공유, 신학과 교육, 선교와 상담 등 한국 선교사들의 강점인 사역에 주력해 줄 것을 기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인도 등에서 한국 선교사들의 비자발적 철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러시아 목회자들은 비자발적 철수 선교사들이 러시아 시베리아에 와서 선교 사역을 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목회자들은 한국 선교사들의 선교 경험이 러시아교회가 선교를 하는데 크게 유익할 것으로 평가하고, “러시아교회 입장에서 비자, 사역에 필요한 건물 제공, 차량 제공 등의 협력과 편의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동반자적 협력을 기대했다.

구체적인 사역지로 러시아 목회자들은 “옴스크, 튜멘, 톰스크 등의 지역은 현재 중국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도 가능하다”고 답변했으며, 반면 케메로보 주의 노보쿠즈네츠크에는 중국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을 하는 것을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옴스크의 경우에는 인도인들 특히 아시아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옴스크 지역의 한 목회자는 “현재 러시아에 힌두교 하레 크리슈나 신도나 전도팀들이 많고, 요가학원이나 인도 종교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힌두교의 교주가 와서 400명이 모인 심리치료 집회를 열기도 하였다”며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러시아 목회자들은 비자발적 철수를 한 선교사들이 타 문화권에서 사역했던 만큼 먼저 러시아 문화를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튜멘의 한 목회자는 “러시아 문화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심리적 스트레스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한정된 지역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조사는 선교지 교회들이 한국 선교사들에게 동반자적 선교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조사를 실시한 이대학 선교사는 “이제는 선교지와 피선교지, 주는 자와 받는 자,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스승과 영적인 아이 등 선교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겸손히 동반자 선교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할 때가 되었다”며 선교의 패러다임을 선교자 주도의 선교에서 동반자 선교로 바꾸고, 현지 교회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할 것 등을 당부했다.

이 선교사는 또 이번 조사를 통해 “비자발적으로 선교지에서 철수한 수백 명의 선교사들이 동반자 선교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면 선교의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들이 열려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선교지 현지 교회와 목회자들과 협력하고, 하나님이 주신 부르심과 은사를 따라서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가진 지식과 경험과 재정을 나누고, 현지 교회에 주고 희생하고 섬기는 사역을 하고, 그들의 필요와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선교 사역을 한다면 전 세계의 수많은 선교지에서 한국 선교사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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