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나들목교회, 본질 지킨 진심의 사역 귀감
잘 할 수 있는 섬김에 집중, 상가교회 한계 넘어

▲ 수원나들목교회는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에 있는 낙후한 지역에서 개척했다. 수원나들목교회처럼 주위 상가들에 교회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 폐쇄를 각오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장성수 목사.

“주민들도 교회와 소통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위한 일을 한다면, 작은 교회라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사역하면 어떤 사역이든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수원나들목교회는 수원시 오목천동 낡은 상가 3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장성수 목사는 2016년 2월 20여 명의 성도와 함께 아파트 거실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4개월 후 오목천동에서 월임대료가 가장 싼 이 상가에 예배당을 마련했다. 무수한 개척교회가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수원나들목교회는 2년을 살아남았다. 생존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성수 목사와 인터뷰하고 내린 결론은 ‘살아남으려 애쓰지 않았다. 교회의 본질을 잊지 않고 사역하기 위해 애썼을 뿐’이었다.

100년 만의 폭염이 온 나라를 뒤덮던 8월 8일, 화성시 봉담 수영초등학교 운동장에 수영장이 생겼다. 5~6학년들은 대형 에어풀장에서 격렬하게 물장난을 쳤다. 저학년과 유아들은 중소형 에어풀장에서 물장구를 치며 까르르 웃었다.

에어풀장들 주위로 상록수봉사단 신창아파트1단지 부녀회 신창2단치입주자대표협의회 등 소속을 알리는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다. 수영태권도와 한양태권도 학원의 사범들은 어린이들에게 물놀이 주의사항을 교육하며 준비운동을 시키고, 카페 청년다방 사장은 봉사단원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전했고, 슈퍼 주인은 아이스크림을 어린이들에게 건넸다. 동네 주민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물놀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 성도들은 “교회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본질을 고민했다. 그리고 지역 주민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이제 수원나들목교회는 좋은 교회로 소문이 났고, 자립했고, 선교사까지 파송했다.

장성수 목사와 성도들은 진행팀에서 물놀이 진행을 총괄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 물놀이는 ‘어린이 워터파크 아水라장’이란 이름으로 수원나들목교회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주최하는 행사다. 하지만 어디에도 수원나들목교회에서 주최한다는 현수막 하나 없었다. 섬김이 목적이었기에 굳이 교회를 알릴 필요가 없었단다. “재정은 교회에서 책임지고 뒤에서 열심히 준비를 하겠습니다. 우리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여러분들이 앞에 서 주십시오”라며 지역 주민들을 배려했다.

지역을 섬기겠다는 수원나들목교회의 진심을 주민들은 느꼈다. 아파트입주자회의 대표는 학교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수영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서 사용허락을 받아냈고, 카페 사장과 슈퍼 주인은 무료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내놓았다. 태권도 사범들, 지역의 봉사단원들과 부녀회원들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수원나들목교회가 벌인 어린이 잔치는 물놀이만이 아니었다. 작년부터 5월 어린이날에 에어바운스 등 기구를 대여해서 동네 공원을 놀이동산으로 만들었다. 올해 어린이날 놀이동산은 규모가 더욱 커져 6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개척멤버인 최숙희 간사는 “이 지역은 낙후한 곳이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행사가 전혀 없었어요. 작은 교회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온 성도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좋은 교회 맞지요?”라고 웃었다.

▲ 수원나들목교회가 벌인 어린이 잔치.

장성수 목사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지역에 필요한 일이 맞아떨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느 지역이든지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교회가 잘할 수 있는 사역을 펼치면 됩니다. 교회 규모는 상관없습니다.” 그는 ‘하나님나라복음 DNA네트워크’ 수도권개척팀의 일원으로, 다른 개척교회 목회자들과 건강한 교회를 위한 고민을 나누고 지역 섬김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또한 장 목사는 개척 및 미자립 교회를 배려하고 지원하는 평양제일노회가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개척교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문제와 고독입니다. 평양제일노회는 저처럼 젊은 목회자들을 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재정도 적극 지원해 주시고요. 이런 노회의 지원과 배려는 개척 교회 목회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사역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줍니다.”

수원나들목교회를 나서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눈에 보이는 상가마다 교회가 있었다. 경쟁이 치열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장 목사의 말이 떠올랐다. “개척 초기에 가장 집중한 주제는 ‘교회란 무엇인가?’였습니다. 이 주제로 설교하고 성도들과 성경공부를 했습니다.”

장성수 목사와 10여 명의 성도들은 상가마다 교회가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생존을 위한 격렬한 투쟁’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들이 치열하게 고민한 것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수원나들목교회는 어떻게 말씀과 복음으로 세워가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였다. 젊은 목회자들이 이렇게 교회를 세워간다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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