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총회 기획/ 개혁의 장애물 제거하라] 2.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총회선거, 종합적 검증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
매년 ‘깜깜이 선거’ 반복, 브로커 활개 … 기본적 인물 검증 강화해야

현재 총회 선거규정에 따르면 총회임원과 상비부장 후보들이 할 수 있는 선거방법은 몇 가지일까? 총회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주최하는 정견발표회와 전화, 문자 발송, 그리고 소속 노회 밖 행사를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투표권을 가진 총대들 역시 눈과 귀가 묶이긴 마찬가지. 선거공보에 나온 짧은 약력으로 후보를 통찰하거나, 그나마 선관위의 후보 결정이 늦어지면 총회 현장에서 후보자를 확인하고, 즉석에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최첨단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넘쳐나는데, 총회 선거판은 여전히 삐삐에 의존하는 격이다. 이렇다보니 매년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반복되고, 이를 악용하는 선거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선거운동 공간이 비좁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너나없이 하는 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적다”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총회 선거규정에 따르면 후보들은 선거운동기간 2개월 전부터 소속 교회와 노회 이외의 모든 예배와 행사에서 일절 순서를 맡을 수 없다. 언론을 통한 홍보도 제한돼, 총회 기관지인 기독신문에 네 차례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 인터뷰나 취재 등으로 일절 자신을 알릴 수 없다.

후보들의 행사 참여를 제한하고, 언론 인터뷰 등을 제한한 것은 후보들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행사 순서와 언론 취재 등을 빌미로 한 금품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 행사 참여와 언론 홍보를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금품 수수가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현실이다.

후보들이 대중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선관위가 주관하는 정견발표회가 유일하지만, 이 또한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해 정견발표회에는 1600여 명 총대 중에서 400여 명이 모였다. 그나마 400여 총대가 정견발표회에 집중한 것도 아니어서, 지지하는 후보의 연설을 듣고 발표회장을 나가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목양이나 생업을 뒤로하고, 전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를 찾아다니기 바쁘다. 또 신학교 동기모임이나, OO교역자협의회, OO선교회 등의 사조직 모임과 선거철마다 활개를 치는 선거 브로커들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거운동의 제한으로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후보의 가치관, 리더십, 정책 등 선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인물 검증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거를 기대하기는 만무하다.

공개 검증 시스템 필요하다

기본적인 인물 검증을 위한 방법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은 ‘공개토론회’다. 목사부총회장이나 기관장 등 중요한 자리에 복수 후보가 나설 경우, 선관위가 공개토론회를 주관해 총대들에게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이를 인터넷으로 중계하거나 동영상으로 공개할 경우 효과는 더 크다.

정견발표회 횟수를 늘리거나 지역별 정견발표회를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회기 선관위가 정견발표회를 지역별로 총 4회 개최키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견발표회 인터넷 중계도 요청된다.

선거공보 책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언론을 통한 홍보는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다만 후보자 보호와 사이비 언론의 농단을 막기 위해 교단 기관지에 한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후보자간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면을 제한하거나 기사 노출 방식을 통일시키는 등의 세부방안은 선관위와 기독신문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후보자들을 보다 공개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의 의지와 자성도 필요하다. 공개토론회와 언론을 통한 홍보 허용을 비롯해 제반 선거규정을 보완하는 것을 비롯, 선거운동에 대한 일관된 자세가 요청된다. 실제 선관위가 매년 선거규정을 정치적이고, 편의에 맞게 해석해 논란을 일으켜 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후보들은 해마다 선관위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자신을 효과적으로 알리기에 주력하기보다 몸 사리기에 바쁘다. 언론 기사나 광고나 나올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 사진을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단적인 증거다.

후보 검증 시스템을 바꾸는 일과 함께 후보 검증 잣대도 바꿔야 한다. 후보들은 대부분 해당 지위나 부서에서 시행할 자신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제102회기 상비부장으로 활동한 한 목회자는 “공약을 내걸긴 했지만 1년 동안 얼마나 실천을 하겠나? 실천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총회임원 중 부임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책 공약에 앞서 후보자의 인물됨이나 가치관, 실행 의지 등을 검증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원후보의 고된 하루

총회임원 후보로 나선 김총회(가명) 씨는 차 안에서 꼬박 두 시간을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과거 노회 안에서 재정 사고가 있었는데, 그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내용의 추측성 기사때문이었다. 사실을 확인하는 지인들의 전화로부터,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비아냥까지 받은 전화까지 어제 하루만 수십 통이 넘었다. 가까운 선관위 임원에서 해명할 기회가 있느냐 물었더니, 현행 선거법상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분통이 터졌지만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자동차로 세 시간을 달려 찾은 행사장은 모 지역협의회 수양회 모임. 다른 총회임원 후보들과 함께 앞으로 나가 꾸벅 인사만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 한 마디 못하고 돌아서게 하는 선거법이 어디 있나 싶었다. 오늘 하루만 이런 식의 묵언인사를 세 번이나 더 해야 했다.

개회예배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선거 브로커로 유명한 모 인사가 팔짱을 끼더니 귓속말을 했다. 며칠 후 총대 몇 명이랑 식사를 하는데, 인사차 오라는 것이었다. 자칫 밉보이면 없는 해코지도 만들어서 하는 위인이라 마다할 수가 없었다.

차에 오르니 동행한 참모가 정견발표문을 내밀었다. 과거 몇 년 동안 후보들의 공약을 짜깁기 한 수준이었지만, 정견발표회라고 해야 고작 5분 남짓. 그것이면 충분했다. 내 맘을 읽기라도 하듯이 참모가 툭 농담을 건넸다.

“어차피 총대들도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 거 다 알아요.”
 

선거규정 보완해야

총회 선거운동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는 공직선거법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공개장소의 연설과 대담은 물론, 단체와 언론기관의 대담·토론회, 방송토론 등 다양한 선거방법들이 명문화돼 있고, 이를 위한 조직과 세부 규정도 자세히 구비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3회 이상 대담·토론회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대담·토론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홍보 또한 별다른 제한이 없다. 방송연설의 경우 대통령 후보들은 11차례나 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만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총회 선거규정은 선거운동 방법이 부족하다. 총회 선거규정에서는 별도로 선거방법을 규정한 항목 자체가 없을뿐더러, 그나마 선거에 대한 규제 항목에 조금 언급돼 있을 뿐이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다 건설적인 총회 선거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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