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총회 기획/ 개혁의 장애물 제거하라] 1. 비 생산적 제도 개선하라

갈 곳 잃은 ‘환부’ 결의, 우왕좌왕 총회재판 민낯
재판 결과 ‘파기환송’ 해도 재심 주체 놓고 또 다른 갈등 … 반쪽짜리 ‘3심제’ 한계 극복, ‘특별재판국’ 고민해야

 

▲ 제102회기 총회재판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신뢰성이 추락한 상황에서, 총대들이 12건의 재판을 환부시킨 초유의 상황 속에서 시작했다. 여기에 일부 목사 재판국원이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102회기 초반 4개월 동안 공전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해석의 여지가 있는 헌법’이라고 핑계 대지만, 실상은 헌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잘못이 더 크다. 수년 동안 총회에서 논쟁이 일어난 성석교회 문제만 봐도 지난 재판국과 총회가 헌법에 위배한 결정을 내리고 이를 번복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성석교회의 소속 문제에 대해 서경노회 대표들이 재판국에 출석해 명확한 헌법과 총회규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제102회 총회에서 재판국 판결을 놓고 오랫동안 격론과 논란이 벌어졌다. 재판결과 보고부터 신임 재판국장 선출까지, 관련된 모든 안건들이 논쟁을 일으켰다.

101회기 총회재판국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총회에서 힘 있는 상비부장인 재판국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가 없었다. 결국 총회현장에서 2년조의 윤익세 목사가 후보로 출마해 선출됐다. 이후 101회 총회재판국은 100회 총회에서 수임한 재판 11건을 비롯해 총 35건의 재판을 진행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상기류는 제102회 총회 현장에서도 계속됐다. 재판을 마치고 보고한 35개의 판결 가운데, 총대들은 12건의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환부’시켰다. 환부시킨 재판 건수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재판국장 역시 논란이 일었다. 2년조로 재판국장을 역임한 윤익세 목사가 1년조가 되어 다시 재판국장 단독후보로 나선 것이다. 총대들은 법적인 문제를 들어 윤 목사의 후보등록을 취소시키고, 다시 총회 현장에서 허은 목사를 102회기 재판국장으로 선출했다.

환부? 어디로 보내나

제102회기 총회재판국은 100회와 101회 총회의 연이은 혼란 속에 놓여 있었다. ‘12건의 환부’ 결정에서 드러났듯, 신뢰는 더욱 추락했다. 그리고 이 ‘환부’가 시작부터 발목을 잡았다. ‘환부’는 사전용어로 ‘되돌려 줌’을 뜻한다. 사회 법원과 행정기관은 ‘압수한 물건을 본 소유주(소지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총회 재판에서 환부는 사법의 대법원에서 사용하는 ‘파기환송’과 같은 의미이다. 대법원이 근거를 들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 하위의 고등법원은 대법원의 지적에 따라 다시 재판을 열어 판결한다.

그렇다면 이번 102회 총회처럼 환부한 재판건은 어디에서 처리해야 할까. 사법처럼 하회인 노회로 보내야 하나, 총회재판국에서 다시 재판을 하도록 해야 하나. 고심 끝에 총회는 각 재판 건별로 유권해석을 내렸다. 환부한 12건 중 4건은 ‘해노회 환부’로 처리했다. 중부노회와 관련된 4건을 비롯해 8건은 다시 102회기 총회재판국으로 넘겼다. 사실 환부의 주체가 누가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총회현장의 환부결의니 파회 이후 잔무처리를 위임받은 총회임원회가 해야 할지, 아니면 최고심인 총회재판국에서 환부를 진행해야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이것이 국내 최대 교단의 민낯이었다.

헌법 아닌 우리의 잘못

헌법은 권징조례 제141조에서 ‘총회는 재판국의 판결을 검사하여 채용하거나 환부하거나 특별재판국을 설치하고 그 사건을 판결 보고하게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문을 따른다면, 102회 총회는 총회재판국의 보고를 받기로 가결(채용)하거나, 하회로 되돌려 보내서 다시 재판(환부)하도록 하거나, 따로 특별재판국을 설치해야 한다. 102회 총회에서 보고한 재판건에 대해 ‘환부’를 결의했으면, 모두 하회로 보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총회에서 직접 다시 재판하려면, 특별재판국을 설치해야 한다.

총회에서 재판에 대한 결의를 적법하지 않게 처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를 보는 총회장이나 보고를 하는 재판국 서기(또는 국장)가 총대들에게 ▲채용 ▲환부 ▲특별재판국 설치, 3가지 결의방식을 설명하고 어떻게 처리할지 결의를 받으면 된다. 헌법에 명시하지 않은 방식을 결의하고 시행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의 재판제도와 용어, 재판 이후 적용에 필요한 시행세칙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총회 재판이 3심제인가

안타깝게도 ‘환부’에 대한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헌법대로 총회에서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환부’로 결의하면, 하회인 각 노회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문제는 총회재판국에 올라온 재판들은 모두 노회 재판 과정에서 노회원 사이에 팽팽한 논쟁이 있거나 판결에 불복한 경우라는 점이다. 노회 내적으로 해결을 하지 못해 총회로 보낸 재판을 다시 노회로 환부하면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이유는 총회 재판이 반쪽짜리 ‘3심제’이기 때문이다. 총회는 교회의 재판도 사법과 같이 당회-노회-총회로 이어지는 3심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목사는 노회 소속이어서 당회에서 치리하지 않고, 노회 재판국에서 판결을 받는다. 목사에게 이것은 1심 판결에 해당한다. 노회 재판에 이의가 있으면, 총회재판국에 행정사건은 소원하고 재판사건은 상소를 한다. 노회-총회뿐인, 2심제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총회가 헌법대로 정치와 조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회 헌법은 치리회를 당회-노회-대회-총회 4단계로 명시하고 있다. 대회는 유명무실한 치리회가 아니다. 총회에서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환부’ 결의를 하면, 그 안건은 하회인 대회재판국에서 새롭게 재판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총회가 중요한 치리회인 대회를 조직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2심제에 머물고 있는 총회재판국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현재 상황에서 유일한 대책은 ‘환부’가 아닌 ‘특별재판국’ 구성이다.

누가 대회제 시행을 막는가

2심제에 그치고 있는 총회 재판의 문제를 살피면서, 중요한 치리회인 ‘대회’를 조직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대회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은 2005년 교단합동 이후 10년 넘게 총회에 헌의됐지만 번번이 ‘현행대로’를 결의하며 무산됐다.

부결의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 대회를 조직할 경우, 교단 분열의 위험이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교단을 합동할 당시 대회제 실시를 합의(12개 합의사항)했음에도 “교단이 분열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대회제를 시행하면 정말 교단이 분열할까? 어떤 이유로 교단이 분열된다고 주장할까? 이 질문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총회는 대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대회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각 지역협의회다. 지역협의회는 해당 지역 노회들의 친목과 교류를 위한 임의단체지만, 총회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오랫동안 지역협의회에서 임원으로 일한 은퇴 목회자는 “총회의 실제적인 정치는 노회가 아닌 협의회에서 한다고 보면 맞다. 총회를 앞두고 공천위원회가 열리면, 노회의 총대들을 상비부에 배정하는 일을 사실상 지역협의회 임원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처리한다. 나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의 힘 있고 돈이 몰리는 상비부와 위원회에 정치꾼 목사와 장로들이 늘 배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인 치리회가 아닌 협의체가 막후에서 총회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현실. 과연 대회의 역할을 지역협의회에 맡기는 것이 합당한가. 대회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한가. 제103회 총회에서 총회재판국의 한계와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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