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총회 기획/ 개혁의 장애물 제거하라] 1. 비 생산적 제도 개선하라

기구통폐합은 ‘출발점’이다
효율적 교단 정책 위한 기구개혁 논의, 기득권 벽 못 넘고 실종
총회예산 절약 및 특정세력 무력화 위한 선제적 조치 취해야

 

▲ 기구통폐합 관련 기구가 폐지되고 관련 안건이 폐기된 제102회 총회 현장의 모습.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총대들의 의중은 여전히 정책총회보다 정치총회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짙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총회는 일부 정치세력의 의한 총회, 고비용 저효율 총회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열쇠는 총대들이 쥐고 있다. 총대들이 총회 혁신을 위해 움직일 때 건강한 총회로 변모할 수 있다.

기구통폐합 이슈가 총회에서 실종됐다.
제100회 총회 전후로 ‘중복된 업무와 부서를 통합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기구통폐합 논의가 현재 총회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구통폐합의 방향을 제시했던 총회기구혁신위원회는 설립 3년 만에 폐지됐고, 그 결과물이 될 수 있었던 국내선교부 설립 또한 무산됐다. 모두 지난해 제102회 총회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효율적인 교단을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자는 호소는 ‘자기 자리 지키기’를 우려한 세력들의 결탁과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전히 정책총회보다 정치총회로 몰아가는 모양새였다. 그 결과 102회기 총회는 상비부 21개, 특별위원회 27개, 상비부 산하 위원회 6개라는 비대한 조직을 안고 있다.

기구통폐합 어떻게 사라졌나

만약 제102회 총회 현장에서 국내선교부 신설을 결의했다면 기구통폐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었다. 101회 총회에서 발족한 국내선교부설치연구위원회는 전도부 농어촌부 이만교회운동본부 교정선교위원회 등에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난제를 풀어나갔다. 아울러 국내선교부 조직 및 운영과 총회규칙 개정 절차 등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102회 총회 현장에서 국내선교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1년간의 노력이 단 1분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국내선교부설치연구위원회는 “국내선교부 설립은 오직 총회 발전을 위해, 건강한 교단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총대들이 잘 판단해서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찬반토론 없이 곧바로 진행된 거수투표 결과 총대 다수가 반대에 손을 들었다. 더구나 국내선교부 설립을 1년 더 연구하자는 개의마저 총대들은 반대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국내선교부설치연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위원은 “국내선교부 설립 취지는 건강한 총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 여러 경로로 파악한 결과 총회 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이 뭉쳐 작정을 하고 반대를 외쳤다”면서, “또한 의장의 회의진행도 매우 아쉬웠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최소한 찬반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역시 102회 총회에서 상설화가 무산되면서 폐지된 총회기구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위원은 “기구통폐합에 대한 직전 총회장의 의지가 강했고, 그래서 101회 총회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그런데 다음 총회현장에서 관련 위원회가 폐지되고 관련 안건이 폐기됐다는 것은 정치세력이 규합하여 움직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회의에서 총회장이 합리적인 의견개진을 이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총회 정치세력들은 왜 기구통폐합을 반대할까. 21개 상비부에는 1600여 명의 총대들이 배정된다. 반면 27개 특별위원회에는 약 250여 명의 총대들만 배정받는다. 즉 총대 중에 총대, 이른바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총대들이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다고 보면 된다. 또한 각종 선거에 대한 논공행상의 장이 특별위원회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게 특별위원회는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는 장이 되었고, 선거운동을 뛰었던 이들을 위한 전리품 정도로 전락한 셈이다.

더불어 상설위원회에 대한 폐해도 크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존 상비부와 크게 차별성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특정인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폐쇄성, 나아가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화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결국 정책보다 정치를 우선시하려는 총회 분위기, 또 그러한 총회를 유지하려는 소수의 세력들이 기구통폐합 이슈를 사그라뜨린 것이다.

기구통폐합 어떻게 살려야 하나

기구통폐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교단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만들고 대안을 찾아가는 건강한 총회로 가기 위해 기구통폐합을 다시금 꺼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여론의 취지는 동일하다. 유사 상비부와 특별위원회, 상비부 산하 위원회를 하나로 묶어 예산 낭비를 막고 효율적으로 총회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방법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된 상설 및 특별위원회가 아니라, 총대 전체가 참여하는 상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로 탈바꿈하면 된다. 각 상비부에 보통 80여 명의 총대들이 배정된다. 하지만 실제로 상비부 활동을 하는 이들은 상비부장 등 임원 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비부 임원 외 나머지 70여 명의 부원들을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먼저 유사하거나 중복 업무를 하는 상비부와 상설위원회를 통합하는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어 위원회 설치가 불가피할 경우라면 관련 상비부 안에서 운영하게 해야 한다. 상비부 안에 설치된 위원회는 상비부 임원을 제외한 부원들로 구성한다면 총대들이 골고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만약 해당 위원회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전문위원이나 고문을 두면 된다. 이를 통해 정치세력의 상비부 임원과 위원회에 겹치기 선임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상비부 중심의 총회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상비부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부분의 상비부는 그동안 해왔던 사업을 관행처럼 반복하고 있다.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인 사업 추진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또한 상비부장 등 상비부 임원이 되는 것을 감투정도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기존 상비부에 변화된 시대와 가치를 담아내거나, 선제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상비부로 바꾸거나 신설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한 총회 인사는 “제103회 총회에서도 기구통폐합 관련 헌의안을 올리는 선제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구통폐합은 특정세력들의 기득권을 무력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총대들이 활동할 수 있고 더 많은 목소리를 반영하여 건강한 교단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기구통폐합에 가장 앞장서야 할 이들이 바로 총대들이다”고 강조했다.

총회는 총대들의 회의의 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치세력이 총회를 주도하고 있다. 총대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총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총회, 효율적인 운영으로 정책을 만드는 총회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총대들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만 고비용 저효율 총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구통폐합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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