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봉투 재활용에 주보도 없이 철저한 절약
재정 50% 구제와 선교… “남 줄 곳 찾습니다”

▲ 경성교회 담임 박종걸 목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겠다는 목회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껴서 남 주는 교회가 있다. 상계동 경성교회(박종걸 목사) 이야기다. 교회는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위한 소비는 절제하고 재정의 50%를 구제사역에 사용했다.

서울 노원구의 끝, 당고개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경성교회는 1988년 1월에 설립했다. 당시 유명 사립중학교 영어교사였던 박종걸 전도사는 총신대신대원을 졸업하자마자 자신의 집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사례를 받지 않고 교사의 급여로 자비량 사역을 하면서 그는 평생 건물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을 섬기겠다고 결심했다.

첫 예배 때부터 누런 갱지 헌금봉투를 사용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봉투에 고무인을 찍어 헌금의 종류, 금액, 이름만 보이게 했다. 경성교회 교인들은 예배당 입구에 놓인 이 봉투에 ‘연필로’ 기록하여 헌금했다.

▲ 경성교회 예배당 입구에 헌금함과 봉투, 그리고 연필통이 놓여있다. 게시판에는 그날의 주보가 붙어있다. 성도들은 누런 재활용 봉투에 헌금을 넣고 연필로 이름을 써서 함에 넣는다. 예배 순서는 게시판을 참조한다.

그러면 회계부에서 계수하고 지우개로 이름을 지웠다. 이렇게 하면 평균 7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다른 헌금봉투는 없으며 헌금 종류도 ‘십일조’, ‘감사’, ‘선교’, ‘구제’, ‘장학’ 뿐이다. 교회에는 그 흔한 강단 꽃장식이 없고 심지어 주보도 없다. 박종걸 목사는 핸드폰이 없고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았다. 그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경성교회 성도들은 성실한 십일조를 하고 있다. 교회는 십일조의 1/10은 선교비, 1/10은 구제비, 2/10는 장학금으로 무조건 뗀다. 열심히 구제하고 재정이 남으면 ‘동행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도울 대상자를 찾아 기어코 연말까지 재정을 ‘0원’으로 만든다. 별도의 헌금시간이 없고 헌금을 강조하지도 않지만 성도들은 최선을 다해서 헌금을 하고 있다. 박 목사의 근검을 알고 헌금의 용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 경성교회는 30년 동안 이웃을 도왔다. 매년 연말 재정이 ‘0’이 될 때까지 구제했다. 경성교회 예배 모습

박 목사는 “큰 돈이 될 때까지 모았다가 더 크게 도우면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지금 당장 도와야 할 사람이 많은데 기다렸다가 도울 이유가 무어냐”고 반문했다.

경성교회가 초창기부터 해왔던 선행에는 학사운영도 있다. 교회는 2000년부터 농어촌 목회자 자녀들을 위해 학사를 개설했다. 처음에 장학금 지원 활동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서울에서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거처라는 사실을 알고 결단을 내렸다.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2가구에서 현재 남녀 학생 5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교회는 건축을 위한 돈을 모은 적이 없었고 애초에 ‘내 교회’를 소유하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상가교회에서 오랫동안 예배를 드려왔는데 최근 경매에 처한 교회를 돕고자 매입하면서 예정에 없던 건물을 갖게 됐다.

경성교회의 또 하나의 자랑은 제자훈련에 남다른 열심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매주일 오후예배는 그룹 바이블 스터디, 교구별 가정 모임, 남여별 성경공부, 통합예배로 번갈아 진행하여 훈련과 교제의 기회를 삼고 있다. 또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성도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결과 경성교회에는 부교역자가 전혀 없고, 이렇게 훈련받은 성도들이 교회 행정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성도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고 교회에 대한 만족감도 매우 높다.

▲ 장학금 전달식 모습

박종걸 목사는 “성도들이 훈련받아서 교회 내에서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세상에 나가서는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회 철학”이라면서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말로만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모범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경성교회를 보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교회는 성도 150여명 가량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그렇기에 웬만한 목회자와 성도들이라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욕을 갖게 한다. 경성교회는 오늘도 ‘아껴서 남줄 곳’을 찾고 있다. 그렇게 한국교회를 깨우고 있고 열악한 환경 가운데 분투하는 수많은 작은 교회들을 토닥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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