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철거’ 약속 뒤집고 세속공간 활용 추진
“신앙적 치욕 행위… 예배당 완전 철거해달라”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가장 전망 좋은 위치에 있는 한광교회. 서울시는 이 교회를 리모델링해 세속적인 문화공연장으로 활용하려고 해 교인과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의 갈지자 행정으로 교회와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1957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언덕에 한광교회가 설립됐다. 지역을 품고 다음세대와 함께하기 위해 설립 2년 만에 유치원을 개원했다. 한남동 일대의 사랑방이자 미래세대의 인큐베이터였던 한광교회는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갔다. 61년의 역사 속에 예배당을 세 차례나 신축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한광교회의 사역은 한결같았다. 특히 2014년부터는 구립 소월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에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지역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교회로 인식되고 있었다.

제자훈련과 세계선교 지역섬김으로 아름답게 성장해 가고 있던 교회가 고난을 받게 된 것은 서울시 주도의 재개발 사업 때문. 서울시는 한광교회가 위치한 용산구 한남동 일대를 재정비 사업지구로 선정하고 대규모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의 오락가락하는 행정 때문에 한광교회와 지역주민, 조합원까지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

▲ 한광교회는 한남동 일대에서 거리 청소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정비 계획을 세우면서 ‘한광교회는 리모델링해 청년창업지원센터, 지역 역사문화전시관 및 각종 문화행사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고 공고(2016년)했다. 이에 대해 한광교회는 “거룩한 하나님을 예배드리던 성전을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예배당을 아예 철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광교회의 요구에 당국은 흔쾌히 응하는 듯 보였다. 당국은 ‘교회 건축물 철거 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회신했다. 지난해 3월에도 한광교회 건물을 철거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 시 충분히 검토되도록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10월 25일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보도자료 문화공원 조감도에도 한광교회를 철거하는 것으로 반영했다.

한광교회 차은일 담임목사와 전교인, 지역주민, 조합원 모두 한광교회 예배당이 철거될 것으로 믿었다. 교회 입장에서는 예배당이 세속문화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기에 환영했다. 지역주민과 조합원들은 예배당 존치로 인한 공사기간 연장과 공사비 추가지출을 방지할 수 있기에 환영했다.

하지만 당국은 올해 5월 3일 ‘한광교회를 존치하고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해 공고했다. 기존의 입장을 뒤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차은일 목사는 “서울시의 리모델링은 예배당을 세속적인 문화공연장으로 쓰겠다는 것”이라면서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일대는 동성애자들의 집결지이자 이슬람교 사원이 코앞에 있는 곳이다. 예배당이 동성애 퀴어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이슬람교 할랄음식 교육장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죽음까지도 불사할 정도로 신앙적 치욕을 안겨 주는 행위”라면서 노회와 총회적으로 적극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광교회 건축물 존치에 대해 지역주민과 조합원들도 반대하고 있다. 재건축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서울시의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A씨는 “교회도 조합원도 싫다는데 왜 갑질이냐”고 비판했다. B씨는 “유적지도 아니고 미관상 보기 좋은 것도 아닌데…행정갑질 지겹다”고 지적했다. C씨는 대한항공 사태를 비꼬며 ‘행정폭력’이라고 비난했다.

▲ 더운 여름 냉차 대접 등 지역과 함께 숨 쉬고 소통하는 교회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한광교회와 지역주민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수도노회(노회장:김은경 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수도노회 임원회와 노회 산하 재개발대책위원회는 긴급 회동을 갖고 한광교회 건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어 7월 24일에는 긴급임원회를 열고 공식 항의 서한을 작성했다. 수도노회 임원회는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완전 철거를 요구했다. 불응할 시 총회에 헌의해 교단적 대응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차은일 목사는 “교인뿐만 아니라 조합과 용산구청,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광교회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기존 예배당을 완전 철거해 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오락가락하는 행정 때문에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서울시장의 현명한 결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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