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 펴낸 최석호 소장

구석구석 살핀 전국 5개 개항장 기독문화유산 소개
“자랑스런 기독역사 많아 … ‘천년 기독교’ 준비하자”

▲ <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을 펴낸 최석호 소장은 기독교 유산을 지키는 것이 교회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삶이 고단해질수록 옛 도심의 한가한 정취를 느끼고 싶은 현대인들의 열망이 커지고 있다. 부암동, 성북동, 북촌 등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숨겨진 골목들이 관광지로 각광받는 추세다.

<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으로 서울의 옛 골목이 품고 있는 보석 같은 곳을 소개했던 최석호 소장(한국레저경영연구소)이 이번에 전국 5개 개항장의 유산들을 들고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개항을 논할 때 서양 선교사들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최 소장은 신간 <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에서 근대화에 큰 공을 담당했던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빼곡히 담아냈다.

두 발로 걷는 만큼 내 나라가 된다

최석호 소장이 ‘골목 산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국 유학 시절부터다. 노팅엄 트렌트대학에서 유산관광을 전공하고 문화학 박사과정을 밟던 당시, 영국인들이 걷기를 즐겨 하는 모습을 접했다.

“대영제국이 기울어지고 충격을 받은 영국인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때, 직접 걸으면서 조국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됩니다. ‘나의 두 발로 걷고 보는 만큼’ 내 나라가 되기 마련이거든요. 우리나라도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IMF 이후 어려워진 대한민국을 나의 시각에서 재설정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과거의 도시에서 옛 영광을 찾아보는 문화가 생겨난 거죠. 정부에서도 도시 재생산 프로젝트를 통해 죽어가는 도시를 살려내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자체 관광발전협의회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숨겨진 관광지를 발굴하던 최석호 소장은 한국의 역사에 기독교가 없는 부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시에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기독교라는 이유로 언론에 노출되지 못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책을 쓰면서 한 지역을 최소 100번 이상은 가봤을 거예요.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박물관도 가게 되고, 노회록 같은 문서들을 발견하면서 기독교인들조차 모르고 있는 미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순천 여순사건 같은 경우에는 이웃끼리 서로를 죽이는 비극 속에서도 사랑의 원자탄 같은 용서의 기적이 일어났거든요. 목사님들도 외국으로 성지순례는 많이 가면서 오히려 국내에 순례할 곳이 많다는 것은 잘 모르시더라고요.”

<골목길 역사산책-개항도시편>에 다룬 부산, 인천, 광주, 순천, 목포에도 모두 선교사들이 세운 선교지부가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유산들이 적지 않다. 광주 양림동만 해도 유진벨 선교기념관을 비롯해 양림교회 오웬기념각, 수피아여고, 광주제중원 등 근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건물들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지역들이 ‘기독교’는 사라지고 일반 관광지로 홍보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최 소장은 책을 통해 걸으면서 볼 수 있는 기독교를 알리고 있다.

천년 불교? 천년 기독교 지금 시작해야

기독교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아직도 종교 문화재라고 하면 기독교 유산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의 경우 역사가 오래 되고 국교로 지정된 세월 또한 길었기 때문에 국보급 문화재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천년 이상 갈 기독교 유산들을 많이 만들어야지요.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기독교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관리도 훨씬 수월합니다.”

최석호 소장은 한국에 최초로 세워진 장로교회가 재건축을 진행하며 기존 건물을 무너뜨린 것에 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가 한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기념비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직 목회자들이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기독교인들도 오래된 사찰을 찾아가지 않습니까? 종교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역사를 보려고 가는 것이지요. 한국교회도 미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문화유산을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아직도 기독교 역사가 있는 건물이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교회에서 함께 이것을 사들여 박물관을 만들거나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기독교가 널리 전파되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최석호 소장은 추후 전통도시와 산사를 주제로 한 <골목길 역사산책> 시리즈를 이어가며 숨어 있는 역사의 안내자 역할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 한국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지금은 개독교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속수무책 상황에서 걷는 만큼 보이는 한국교회와 민족 신앙인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저는 걷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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