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십자가교회, 중고교 예배공동체 활동 지원
‘주먹밥 배달’ 비롯, 학내 교회세우는 사역 집중

 

“다음세대를 어떻게 하면 신앙인으로 세울까?” 오늘날 한국교회가 고심하는 최대 이슈다. 하지만 총회마다 선교단체마다 ‘다음세대 세우기’ 세미나와 캠페인을 진행해도 뾰쪽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거창하진 않지만 다음세대가 원하는 방법으로 다음세대의 언어로 다가가는 교회가 있다. 주먹밥으로 통로를 연지 8년째, 이제는 8개 중·고교의 예배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예배하지 않던 곳에서 예배하게 하는 그십자가교회(홍영진 목사) 이야기다.

▲ 그십자가교회는 다음세대를 예배당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서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십자가교회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사거리 부근 상가건물 4층에 있다. 교회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복작인다. 오전 10시 담임 홍영진 목사를 필두로 교인과 선교단체 회원, SNS를 통해 사역을 알게 된 자원봉사자들이 예배당에 들어선다.

오늘의 메뉴는 소불고기 주먹밥과 맛살참치마요 주먹밥. 봉사자들은 주방에서 피망 버섯 햄 불고기 등 주먹밥 속 재료를 썰고 볶는다. 그 사이 밥솥에서 밥이 익어간다. 봉사자들이 식탁을 마주보고 서 주먹밥을 싸기 시작한다. 먼저 밥과 햄을 섞고 참기름과 깨를 부어 밑밥을 만든다. 이어 한쪽에서는 소불고기 다른 한쪽에서는 맛살참치마요를 채운다. 여기에 김자반을 무치면 보기에도 맛있는 주먹밥 완성. 이날 만든 30인분의 주먹밥을 점심시간에 맞춰 광명북고 예배공동체에 배달했다.

광명에서 목회를 시작할 당시 홍영진 목사는 광명북고와 명문고 예배공동체 리더를 만났다. 학교에서 1주일에 한 차례 점심시간에 예배를 드린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수제햄버거를 제공했고, 7년 전부터 주먹밥 지원에 나섰다. 홍영진 목사는 “개척 후 이 지역의 영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지역주민과 소통했는데, 그게 주먹밥 사역으로 이어졌어요. 원래 선교단체 출신이라서 선교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음세대 사역을 하게 된 거죠. 전적으로 하나님의 인도가 아닐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광명북고와 명문고에서 시작한 그십자가교회 주먹밥 사역은 현재 광명고 안서중 그리고 서울 대영고와 수도여고, 부천 수주고 천안 업성고 등 8개 학교로 확대됐다. 광명과 서울 지역은 그십자가교회가, 부천과 천안지역은 동역자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배달한다.

그십자가교회는 주먹밥 외에도 예배공동체를 돕는 일이라면 뭐든지 지원한다. 각 학교 예배공동체 개강에 맞춰 포스터를 보내고, 필요하다면 마이크도 제공한다. 심지어 문자발송 비용까지 부담한다. 또한 그십자가교회는 직접 만든 1년 과정의 교재로 리더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주일 저녁에 각 학교 리더들이 교회에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배운 말씀을 품고 학교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8개 학교의 예배공동체에 홍영진 목사와 성도들은 필요한 것들을 공급한다.

눈여겨볼 점은 이 사역에서 주인공은 학생들이고, 홍영진 목사와 그십자가교회는 철저하게 조연이라는 점.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아이들 스스로 예배하고 공동체를 이끌어가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리더급 학생이 아니면 주먹밥을 누가 어디서 제공하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주먹밥 사역으로 교회에 등록하는 학생도 없다.

홍영진 목사는 “다음세대 걱정을 많이 하는데, 자기 교회 아이들 수만 늘리려고 하니 방법을 못 찾는 것입니다. 주일에 교회에서 주입식으로 교육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가장 많은 곳에서 아이들 스스로 그들의 방법과 언어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오라고 하면 안 옵니다. ‘컴’(Come)이 아니고 ‘고’(Go) 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학교에 예배공동체 즉 교회를 세우도록 도와야 합니다. 물고기가 많은 곳에 어부가 가야죠. 우리 교회 부흥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다음세대를 세울 수 있습니다!”

▲ 홍영진 목사가 주먹밥을 제공하며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 그십자가교회 후원펀딩:https://go.missionfund.org/jesusem 후원계좌:하나은행 575 910038 99207(예금주:김정미)

낮 12시 40분 광명북고 정문 앞. 홍영진 목사가 한걸음에 달려오는 2학년 문형규 군을 맞이했다. 주먹밥이 든 보온가방과 음료수를 건네며 “오늘은 불고기야”라며 인사했다. 형규 군은 “매번 다른 주먹밥을 전달받다 보니, 오늘은 어떤 메뉴일까 기대돼요. 목사님 덕분에 예배모임이 잘 되고 있어요. 다만 목사님도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홍영진 목사는 시각장애인이 된 개그맨 이동우 씨와 같은 망막색소상피변성을 앓고 있다. 이미 한쪽 눈은 시력을 잃었다. 그래서 운전을 하지 못해 봉사자의 차나 택시를 타고 주먹밥을 배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홍 목사는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답이 없다며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심어놓아야 열매를 거둡니다. 당장의 결과를 바라지 말고 씨를 심는 일을 해야 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사역의 패러다임을 바꿔 함께 학교에 교회를 세워가고 그래서 다음세대를 세우길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