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최근에 우리 교회 교역자수련회를 제주도에서 가졌다. 제주도의 바람과 구름과 하늘과 그 푸른 녹음의 풍경은 언제보아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특별히 나는 교래리 휴양림이나 한라산 휴양림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는 함께 동행한 교역자들과 함께 교래리 휴양림 뿐만 아니라 평지로 잘 조성을 해 놓은 비자림 휴양림도 걷는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서 한 그루의 나무, 연리지(連理枝)를 보았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키고 붙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말한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연리지를 실제로 보자, 어쩌면 저렇게 두 나무가 한 나무처럼 붙어서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사람들도 서로 끌리는 사람이 있듯이 숲 속의 나무도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밀어내고 싸워야 정상인데 나무가 저렇게 붙어 있는 것은 무언가 끌리는 힘과 연정과 생명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고 웃으며 말하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 답변은 아니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연리지가 더 신비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실 연리지는 비좁은 숲 속에서 서로 자라면서 바람에 부딪쳐 상처가 나기도 하고 그러다 또 비를 맞고 이슬을 맞고 햇빛을 맞으며 어느새 그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 서로 한 몸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연리지를 사랑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한 그루의 연리지 앞에서 한국교회와 우리 교단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연리지는 저렇게 서로를 사랑으로 부둥켜안고 한 몸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서로 싸우고 다투며 분열하고만 있을까. 우리도 한 그루의 연리지가 될 수는 없을까.’

실제로 한 몸을 이룬 연리지는 태풍이나 벼락을 맞아 다른 반대편의 나뭇가지가 꺾이거나 쓰러져도 다른 반대편 나무의 영양분을 공급을 받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비록 나무이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을 담고 있는 나무인가.

세계 교회사를 보아도 어느 시대이건 간에 서로 싸우고 분열하는 교회는 망했고 하나 되고 연합하는 교회는 흥했다. 실제로 동로마 제국의 멸망을 직감한 마누엘 황제와 요한네스2세는 서구 유럽 국가들을 순방하며 구걸 외교를 했다. “우리를 도와주세요. 우리가 망하면 언젠가 당신들의 나라도 이슬람에 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서방교회들은 “당신들하고 우리는 신학과 교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며 외면했다.

그러자 동로마의 황제가 다시 구걸했다. “신학과 교리는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습니까? 같은 예수를 믿고 한 하나님을 섬기는데요. 그래도 이슬람보다는 우리가 낫지 않나요? 우리가 망하면 언젠가 당신들도 망해요. 그러니 좀 도와주세요.” 그러나 아무리 구걸 외교를 해도 서방교회는 끝내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동로마 제국은 처참한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자 로마 교황청에서 이시도르스라는 대주교를 보내서 “우리가 군대를 파송해 줄 테니 대신 우리와 하나를 이루자”고 최후 협상을 했다. 그때는 종교개혁 이전이기 때문에 개신교는 존재하지 않았고 동로마의 정교회와 서방기독교로 나누어진 때였다. 그러나 사실 말이 하나를 이루자는 것이지 실상은 동로마교회가 서방기독교, 즉 로마 교황청에 예속하라는 의미와 같았다.

그래도 황제는 제국의 등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 성 소피아 성당에서 사인을 하고 동서 교회 합동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당시 국무총리격인 노타라스 대공을 비롯하여 동로마교회 지도자들이 반대하며 백성들을 선동했다. “우리가 옛날 십자군 전쟁 때 서방 십자군들에게 얼마나 수치와 모욕을 당했는가? 황제가 노망을 한 것이다. 황제를 따르지 말고 결사항전을 하자. 우리가 추기경의 모자를 쓰느니 차라리 술탄의 터번을 쓰자.”

그러다 결국 나라도 망하고 교회도 망하고 노타라스 대공을 비롯한 반대자들 모두가 다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 오죽하면 백마를 탄 메흐메드2세가 성소피아 성당 안으로 들어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 않는가.“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러 왔노라. 한 하나님을 섬기고 한 예수를 믿으면서 왜 늘 기독교는 싸우기만 한단 말이냐.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알라의 이름으로 평화를 주러 왔노라.”

이 얼마나 비참하고 뼈아픈 역사의 비극인가. 과연 동로마교회는 메흐메드2세의 말처럼 더이상 싸우지 않는 교회가 됐다. 아니 싸울 일도 없었다. 콘스탄티노플의 100여 개의 성당과 도성 바깥의 6000개의 성당이 다 이슬람 사원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만난 한 그루의 연리지 앞에서 분열의 비극적 교회사와 오늘날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초상이 어른거렸다. 아니, 우리 총회의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한 그루 나무도 저렇게 서로 하나 되어 아름답게 살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끝없는 소모적 다툼과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끼리 싸울 힘을 반기독교적인 공격과 동성애, 이단 등과 싸우는 곳에 결집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 모두 연리지 총회를 세우자. 서로의 상처가 오히려 사랑으로 피어나게 하여 한 그루의 푸르른 연리지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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