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 되고 싶었던 인간의 교만과 심판 그린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다시 관객 찾아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신이 되고 싶은 인간과 그 인간으로부터 창조된 피조물을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질문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인간과 과학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창조의 영역을 넘본 인간이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을 때 그 파국은 무엇인가?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 생명윤리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다시 관객들을 찾아왔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의 발전을 주장하며 신에게 대항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작품으로, 1818년 소설로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로 변주되어 왔다. 그 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초연 당시 더뮤지컬어워드에서 9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정점’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이 득세하고 있는 뮤지컬계에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에서 기본적인 틀만 가져오고 내용은 상당 부분 각색을 거쳤으나, 원작에 녹아있는 메시지는 더욱 강조했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된다. 빅터의 확고한 신념에 감명 받은 앙리는 그의 실험에 동참해 제네바 프랑켄슈타인 성에서 생명창조 실험을 함께한다. 빅터는 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한 앙리의 머리로 생명을 창조하지만 그를 통제하는 데는 실패한다. 인간들에게 괴물로 불리던 그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신의 창조주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빅터와 앙리가 처음 만나 과학의 지향점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부분은 현대인이 맞닥뜨린 생명윤리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앙리는 ‘생명은 신이 정해 놓은 질서에 기대어 보존되며, 과학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뿐’이라고 말하고, 빅터는 ‘진화의 꼭대기에 선 인간은 생명의 본질을 파헤쳐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빅터에게 설득당한 앙리는 목숨까지 바치며 연구에 헌신하지만 빅터는 친구를 배신하고 어렵게 창조한 괴물을 다시 죽이려든다. 인간이 생명을 창조하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그 생명을 감당할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은 생명윤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자신들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피조물보다 훨씬 잔인하고 비정하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생명을 파괴하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다. 반면 괴물은 인간보다 인간미가 넘치게 그려지는데, 결국 수없이 외면당하다가 자신의 고통을 창조주가 고스란히 느끼기를 원하는 데까지 이른다. 고아로 남겨져 오직 한 친구만을 믿었던 앙리가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과 연인까지 가진 빅터에게 한 복수는 무엇이었을까? 신의 권위에 대항한 죄로 처절한 후회를 겪은 빅터가 걸어가야 할 길은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주연들이 모두 1인 2역을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앙리가 괴물 역할을 맡은 것 외에도 빅터와 그의 누나가 괴물을 괴롭히는 부부 역할을 맡아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초연 때부터 뮤지컬의 인기를 끌어온 배우 류정한, 박은태, 한지상에 이어 카이, 민우혁, 박민성 등이 새롭게 합류해 팽팽한 연기대결을 펼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8월 26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날 수 있다.(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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