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의 기독교인 심리카페]

▲ 김경수 목사
(광은교회·서울심리상담센터 센터장)

<이브의 세 얼굴>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세 가지 인격을 가진 주인공 조앤 우드워드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인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엄마, 두 번째 인격은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여성, 세 번째 인격은 책임감 없는 ‘이브 블랙’이다(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실화영화이다). 이처럼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각기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경우를 다중인격, 즉 해리장애(기억상실)라고 말한다.

해리장애는 충격적인 스트레스나 감당하기 힘든 사건,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촉발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장애는 아동기에서 노년기까지 만성적으로 나타나는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빙의(possession)와 유사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빙의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내면적 자아가 아닌 외부의 존재(귀신, 타인)에 지배되는 현상으로 자기의 정체감을 잃어버리고 기억을 상실하는 것이다.

필자가 부교역자로 있을 때 정신병원에 입원한 어느 여자 분을 심방한 적이 있는데, 만나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지는 이랬다. “나는 ○○그룹의 딸로서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입원했다. 내가 퇴원하면 당신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겠다. 나는 강원도에서 탄광사업도 하는데 지금 개발에 착수했고, 수중에 돈이 너무너무 많아서 줄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정원까지 따라 나오면서 자신을 잊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인격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필자는 난생처음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귀신들림이나 빙의현상이 아닐까 여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겪는 것이었다.

교회 안에서도 해리성 기억상실증(자서전적 정보를 기억하지 못함), 해리성 둔주(자신의 과거나 정체감에 대한 기억을 상실하여 가정과 직장을 떠나 방황하거나 예정이 없는 여행을 하는 장애), 이인증(비현실적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려면 먼저 해리성 장애의 증상 및 특성, 원인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정신분석학자 퍼트넘(Putnam)은 해리성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아동기에 신체적, 성적 학대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면서, 전체 중 86%는 과거에 성적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힌다. 또한 75%는 반복되는 신체적 학대를, 45%는 아동기에 폭력에 의한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해리성 장애를 겪는다면 의사의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신앙적 위로와 격려를 더해, 장애를 겪는 이들이 예수님을 통해 산 소망을 갖고 새 힘을 얻도록 해야 한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항상 소망을 품고 주를 더욱더욱 찬송하리이다”(시 71:14).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할 때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성령 하나님께서 생각과 정신을 한 인격으로 형성하심으로 건강이 회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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